[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중동 사태 여파로 소비 심리에 이어 기업 체감 경기마저 얼어붙었습니다. 이달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달 만에 악화했습니다. 반도체 등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다음 달 경기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점입니다. 4월 기업심리지수 전망치는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기업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쟁 불확실성에…기업심리 한 달 만에 '하락' 전환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6년 3월 기업경기조사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4.1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주요 지수(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입니다. 장기 평균(2003~2024년)인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 크면 낙관적임을 의미합니다. CBSI는 지난 1월 94를 기록한 후 2월 94.2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 소폭 떨어지면서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CBSI는 97.1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생산(0.6포인트), 신규 수주(0.6포인트) 등이 개선됐지만, 제품 재고(-0.6포인트)와 자금 사정(-0.4포인트) 악화가 이를 상쇄했습니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3월에는 조업 일수 증가와 반도체·자동차·철강 제품 중심 수출 증가 등 제조업엔 긍정적인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중동 전쟁의 영향이 상쇄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비제조업 CBSI는 92.0으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자금사정(-0.5포인트), 업황(-0.4포인트) 등이 하락을 견인했습니다. 중동 전쟁 여파에 운수창고업 비용이 상승하고 물동량이 줄었으며, 설 연휴와 겨울방학이 종료되면서 여객 수요가 둔화한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또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업도 하락했습니다.
이 팀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부문 수출 호조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란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기업심리지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4월 더 꺾인다…수출기업도 '부정적'
문제는 향후 전망입니다. 중동발 악재에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빠르게 식었습니다. 실제 4월 CBSI 전망치는 제조업이 3.0포인트 하락한 95.9, 비제조업이 5.6포인트 하락한 91.2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비상계엄 직후였던 지난해 1월 제조업이 3.8포인트, 비제조업이 9.7포인트 각각 떨어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입니다. 전 산업 전망치도 4.5포인트 내린 93.1로, 역시 지난해 1월(-7.2포인트) 이후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특히 제조업 수출기업의 경기 전망도 다시 기준선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4월 수출기업 CBSI 전망치는 98.5로 3.7포인트 하락하며 100을 밑돌았습니다. 한 달 전 102.2까지 올라섰던 흐름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다시 꺾인 것입니다. 이 팀장은 "이란 전쟁으로 물류가 혼선이 빚어지면서 물류비용이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이달 94로 전월보다 4.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2024년 12월(-9.8포인트)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입니다. 다만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96.6으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올랐습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실물 경제에도 빠르게 전이되고 있습니다. 앞서 한은이 지난 25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보다 5.1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CCSI 역시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던 202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한편 이달 기업경기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중 3223개 기업(제조업 10790개, 비제조업 1433개)이 답변했습니다.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여파로 물류업계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