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하고 농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농지 전수조사에 나섭니다. 특히 전수조사는 5월부터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단순한 투기 적발을 넘어 국가 농지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점이 돼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파편화된 기존 농지 통계의 한계도 보완해야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오는 5월부터 단계별 농지 전수조사를 추진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내달부터 진행할 농지 전수조사는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1단계 조사입니다. 이번 1단계에서는 취득 농지 115만㏊를 점검합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안 등 사전브리핑을 통해 "조사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 피해를 막기 위해 부당해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농지은행을 통한 대체 농지 지원 등 보호 대책도 촘촘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위한 농지조사 확대 예산 588억원도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담겼습니다. 정부는 행정정보와 인공지능(AI), 드론 및 항공사진을 활용해 부적정 이용 의심 농지를 선별합니다.
8월부터는 5000명 규모의 기간제 조사 인력을 투입해 현장 점검에 돌입합니다. 특히 수도권 전 지역과 외국인·농업법인 소유 농지 등 '10대 투기 위험군'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년 2단계 조사부터는 농지법 시행(1996년) 이전에 취득 80만㏊까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이로써 전국 약 195만㏊에 달하는 전체 농지에 대한 정밀 데이터베이스(DB)를 완비해 투기적 소유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열린 국회입법조사처의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확한 실태 파악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작이 '위장 영농'과 '투기 수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촉발했지만 '농지'라는 국가적 자원이 제대로 관리하고 지역마다 주도적 경영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입니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단순한 투기 문제를 넘어 잠재적 위법 상황이 점점 구조화되고 있는 농지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조사가 농지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농업 현장과 조화를 이루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조병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제도 개선 TF 단장은 "'직불금 부정수급 문제'를 차제에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 한다. 필요하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수조사 시 성실하게 농사만 지어온 농업인들의 농지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문제와 임차농 보호 장치가 미비한 문제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습니다.
11일 수도권의 한 농장에 농부들이 방초망을 덮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향미 책임연구원(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은 "국내 아직도 제대로 된 농지 통계가 없다"며 "국내 농지 통계로 국가데이터처의 농업면적조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업경영체등록정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대장 등이 존재하지만 모두 나름의 한계가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농지대장을 제대로 현행화한 뒤 이에 기반해 농지 통계 항목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브리핑을 통해 "전체 1447만 필지에 대한 행정 정보와 항공 사진을 AI로 교차 분석해 불일치 사례를 찾아낼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 피해를 막기 위해 부당해지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농지은행을 통한 대체 농지 지원 등 보호 대책도 촘촘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