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의 성장세가 주목됩니다. 인공지능(AI) 시대 트렌드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낸드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진 결과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낸드 수요도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설비 투자 역시 늘어날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의 321단 쿼드레벨셀(QLC) 낸드. (사진=SK하이닉스)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D램에서 낸드로 확산되면서 SK하이닉스가 낸드 투자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지난 23일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낸드는 단순한 저장장치를 넘어 연산 속도와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향후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KV캐시(대형언어모델의 임시 기억장치)가 폭증한다. 이를 수용하고자 고객사는 고성능·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를 기반으로 하는 저장장치)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술력 강화와 생산력 확대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D램과 함께 낸드 수요 역시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존에는 낸드가 기술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외에도 경쟁사가 많아 고수익을 내기 어려운 분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AI의 고도화로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즉시 불러오는 작업이 요구되면서 저장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낸드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낸드 호조세는 메모리 제조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메모리 매출이 504억달러(약 75조원)로, 이 가운데 낸드가 134억달러(약 20조원)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낸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이 153%에 달하고, 2분기부터는 낸드 영업이익률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존의 감산 기조에서 벗어나 생산라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5에 10세대 낸드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며, 중국 시안 공장에서는 236단 8세대 낸드(V8) 전환 투자를 최근 마무리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다롄 공장의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한편, 다롄 2공장에 월 5만장 규모의 8세대 낸드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 중심의 낸드 수요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메모리 업체들의 연구개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자사 칩이랑 SSD를 활용하는 안을 검토하는 등 낸드의 중요성은 부각되는데 속도 제약이 있다”며 “낸드를 적층한 고대역폭플래시(HBF)를 내 속도를 높이는 등, 업계에서도 여러 시도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