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명신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촉발한 메모리 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영업익 3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72%의 영업이익률 달성이라는 새 장을 열어젖히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도 크게 따돌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강세 등 우호적인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100조원 이상의 순현금 확보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배당을 비롯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올해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23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조6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5% 증가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매출액은 52조5763억원으로 198.1% 증가했습니다. 영업익과 매출액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입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72%로 지난해 4분기 58%를 뛰어넘는 기록을 썼습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TSMC의 영업이익률 54%도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을 압도한 이례적인 실적으로 평가됩니다. 공장을 운영하지 않아 사실상 제조 원가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영업이익률 30~40%를 훌쩍 앞지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단순 계산할 때 SK하이닉스는 1만원짜리 제품을 팔면 7200원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AI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독점적 공급자 지위로 ‘초고수익’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같은 역대적 실적의 배경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와 수급 불균형에 따른 범용 D램·낸드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꼽힙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실적발표회)에서 “1분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가 이를 상쇄하며 타이트한 공급 환경이 지속됐다”면서 “D램과 낸드 모두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AI 기술이 단순 학습 단계를 넘어 실시간 추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 기반이 서버용 D램과 eSSD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CFO는 “AI 컴퓨터 내에서 메모리 중요성이 높아지며 수요가 급등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불균형 상태에서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아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우호적인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향후 3년 동안 HBM 등 고객들이 요청하는 수요가 이미 공급 캐파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해 D램과 낸드 전반 신제품 개발과 함께 공급을 확대 한다는 방침입니다. HBM 역시 성능·품질 등을 강화해 생산 물량을 늘릴 예정입니다. 특히 7세대 HBM 제품인 HBM4E와 관련해서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하반기 샘플 공급에 나설 계획으로, 내년 양산을 목표로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기술 내재화 등 HBM4E 적기 납품을 통해 HBM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전시된 SK하이닉스의 HBM4 제품.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한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당사의 이익 창출 능력을 고려할 때 순현금 100조원 이상의 재무건전성 확보와 주주환원 확대는 양립 가능하다”면서 “배당과 함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총 2조1000억원의 배당과 12조2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이어온 바 있는데, 규모를 이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배덕훈·이명신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