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브랜드숍 결산)더페이스샵, 위태로운 1위 수성

(기획)②"LG생건 인수효과 미미"

입력 : 2010-12-28 오후 2:07:29
[뉴스토마토 정진욱기자] 더페이스샵은 올해 기대했던 LG생활건강(051900) 인수 효과를 얻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005년 이후 브랜드숍 업계 1위를 고수해왔지만 현재는 최근 3년간 고성장을 이어온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미샤에게 업계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더페이스샵이 예상하고 있는 올해 총매출액은 2900억원 수준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더페이스샵이 올린 매출은 2114억원으로 분기당 평균 매출은 700억원 가량이다.
 
더페이스샵의 4분기 매출이 호조를 보인다면 목표로 한 2900억원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연말 선물시즌이 포진한 12월, 다른 브랜드숍들이 대대적인 세일 행사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더페이스샵은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연말 특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가 비수기로 꼽는 연말 시즌을 돌파할 묘안이 없는 상황으로 4분기 더페이스샵의 매출이 분기 평균인 700억원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더페이스샵의 올해 총매출은 2700억~28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라이벌인 미샤의 경우 연말 세일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4분기 매출이 증가해, 올해 총 2400억원 내외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지난해 약 700억원 수준이었던 더페이스샵과 미샤의 매출 차이는 올해 약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게 된다.
 
올 초 더페이스샵이 LG생건에 인수될 때만 해도 업계는 모회사의 막강한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등에 엎은 더페이스샵이 2위 미샤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 1분기 175억원이었던 더페이스샵과 미샤의 매출액 차이는, 3분기 9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4분기 매출은 미샤가 더페이스샵을 앞설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10년 10월 기준으로, 더페이스샵이 국내에 838개 매장을 운영 중인 반면 미샤는 국내 4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매장수가 2배 가량 앞서는 더페이스샵의 점포당 평균 매출 역시 미샤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여러모로 아직 LG생건 인수 효과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LG생건 인수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룹 차원의 역량이 더페이스샵에 집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인수를 계기로 업계는 LG생건이 더페이스샵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LG생건은 지난 7월 파스퇴르유업 인수를 타진했고 실패 뒤 곧바로 해태음료 인수전에 뛰어들어 결국 인수를 성사시키는 등 화장품사업 역량 강화보다는 음료사업 인수합병에 더 관심을 보였다. 최근에는 LG생건의 유니레버코리아 인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둔화되며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더페이스샵에 대한 LG생건의 집중도는 높지 않다"며 "차석용 대표가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전체의 몸집 불리기에 관심이 있는 만큼 LG생건 차원의 더페이스샵 집중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페이스샵 인수 첫 해, 과도기 상황에서 여러 시행착오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더페이스샵 매장에 LG생건의 뷰티플렉스 매장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하면서 더페이스샵만의 정체성이 흐려진 것을 들 수 있다.
 
더페이스샵 매장에 뷰티플렉스 매장이 들어오면서 LG생건의 기존 화장품제품과 더페이스샵 제품 판매가 한 곳에서 이뤄졌다.
 
LG생건으로선 주요 상권에 위치한 기존 더페이스샵 매장에 뷰티플렉스를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켜 뷰티플렉스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계획이었지만 더페이스샵으로선 더페이스샵 제품 외에 LG생건 화장품 제품의 판매가 함께 이뤄지면서 매출 분산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미샤가 최근 3년간 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온 반면 더페이스샵은 LG생건 인수 이후에도 10% 수준의 성장에 머물러 있다”며 “기대했던 LG생건 인수 효과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내년 업계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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