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지난해 세계 주요국들은 환율을 놓고 '총성없는 세계대전'의 포문을 열었다.
재정-무역수지의 쌍둥이적자에 시달려 온 미국이 중국 위안화 가치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중국이 이에 맞서면서 두 경제대국간 '환율전쟁'의 서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고환율 '정책'으로 기업들의 수출을 늘려 성장을 주도했으나, 고환율에 따른 물가상승이라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겼다.
이 때문에 올해 물가안정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정부는 환율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50원 수준에서 등락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하향(원화절상) 곡선을 그려왔다.
올해도 선진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달러화 약세 기조, 경상수지 흑자기조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질서 개편 논의 등도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하단 지지선이었던 1100원을 하향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 국내외 예측기관 달러당 1060~1100원 전망
국내 예측기관은 올해 환율 예상밴드로 1060원에서 1100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환율이 상반기 1090원, 하반기에는 1070원까지 떨어지며 평균환율이 108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환율 1156원 대비 7%정도 절상된 수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따른 달러공급 확대 등으로 달러화 약세 요인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경상수지 및 자본수지 흑자 지속으로 달러화 공급우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은 상반기 평균 1110원, 하반기 평균 1070원으로 평균환율 1090원을 제시했다.
외국 투자은행의 경우 시각이 엇갈렸다.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은 각각 1030원과 1040원으로 국내 기관보다 낮게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환율이 1분기까지 1100원을 웃돌다 2분기 1000원대로 하락, 연말에는 103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반면 JP모건체이스는 평균환율 1110원으로 환율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편 국내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환율은 더욱 가파른 하향 곡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예측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4%전후로, 정부가 예상하는 5%의 성장 달성시 외국자금의 유입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 단기적 반등 재료 남아있어
그러나 환율이 아랫쪽으로 일방통행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하향 가능성을 막을만한 요소들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환율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데다, 유럽 등 주요국의 긴축재정으로 인한 재정건전화 움직임은 향후 경기회복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서울 G20에서 시장결정적인 환율 제도 이행에 합의하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환율분쟁이 다시 재현될 여지도 있다.
다음 G20 정상회의 개최국인 프랑스는 글로벌 환율갈등을 보다 큰 틀에서 해결하기 위해 달러 기축통화체제 개편을 주요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얼마만큼 절상을 용인할지도 변수가 될 예정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빠른 위안화절상에 나서긴 어렵겠지만 3~5%정도로 위안화 가치를 올려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정부의 개입이나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사태로 여실히 드러난것 처럼 북한의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환율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선물환포지션 규제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에 이은 자본유출입방안의 구체화가 주목된다.
◇ 환율 하락으로 기업은 채산성 악화 불가피·물가안정에는 기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지난해대비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0엔당 1300원 중반을 나타냈던 것에서 올해는 12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본과의 수출 경쟁력은 악화될 소지가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환율 하락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준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0%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1~6개월의 시차를 두고 0.80%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유로존 문제가 다 해소된것이 아닌만큼 언제든지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원화는 유로화나 달러화의 향방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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