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견뎌낸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지난해 6% 성장을 기록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무역수지는 400억달러를 넘어서 사상최대에 이르렀고 한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약진하는 모습이었다. 주식시장도 코스피 2000을 넘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올해 우리 경제는 여전히 적쟎은 걸림돌이 예고되어 있다. 밖으로는 유럽발 재정적자, 세계 경기회복 둔화, '환율전쟁', 국제원자재값 상승을 비롯해 안으로는 고용·부동산·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와 재정적자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취약한 중소기업과 과도한 해외경제 의존 등 허약한 경제체질도 난제다. 올해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를 8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부는 지난해 6.1% 경제성장을 일궈낸 한국 경제가 올해는 5% 안팎의 성장세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예측력이 우수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4.2% 성장을 전망하는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4%대 초반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낙관적 성장 전망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 또 건실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고비는 무엇일까?
◇ 올해 성장률 3.8% vs 5% 차이는 왜?
정부는 올해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내수 증가세를 바탕으로 연간 5% 내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대비로는 1%를 소폭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소비와 투자가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커질 것으로 봤는데, 위기 이후 감소세를 지속했던 재고가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올해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경기의 둔화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격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5%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증가세 둔화뿐만 아니라 수출과 연계됐던 설비투자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소비의 증가세도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를 보완할 만큼 강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3%대와 5% 내외의 차이는 세계 경기 둔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와 그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의 전망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을 인용해 올해 세계경제가 4.2% 성장할 것으로 가정했고, 이 경우 설비투자는 7%, 건설투자 2.1%, 민간소비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세계경제가 3.8%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설비투자 5.1%, 건설투자가 1.6%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고 민간소비가 3.6% 증가하더라도 정부가 전망하는 성장률 달성은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 삼성硏 "비상조치 정상화 속도조절 필요"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 경제가 넘어야 할 과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비상조치' 정상화 과정에서 속도조절과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지목했다.
신 수석연구원은 "올해 한국경제의 과제는 경제를 안정화시키고 성장기반을 다지는 것"으로 요약했다.
이를 위해 "먼저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취해졌던 비상조치가 경기회복세를 꺾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는 "외환시장이 외부충격에 크게 휘둘리는 것"이라며 "올해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거유입 또는 대거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한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재정의 57.4%를 조기집행해 경기회복 추세를 지속하고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국고채 발행도 지난해보다 4조7000억원 늘려 총 82조4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같은 국채 발행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흡수해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재정자금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속도조절로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기준금리가 시장에서 전망했던 1%포인트에 못미친 0.5%포인트 인상에 그친 점도 정부의 경기회복세를 이어가려는 노력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에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선물환 포지션한도 축소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은행세'로 불리는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등 3대 방안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5% 성장과 3% 물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다보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작년 배추파동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 압력이 올해는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인해 더 커질 수 있는데다, 국제유가와 환율은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이기 때문이다.
◇ 올해 5%보다 중장기 성장 고민할 때
민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5% 성장을 고수하기 보다는 중장기 성장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통계청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속도는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 수석연구원은 "여성·청년·고령인력들의 활용력도를 높여서 인구감소, 즉 노동력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설비투자와 관련해서도 "현재 한국의 설비투자가 IT산업에 크게 편중돼 있다"며 "편중된 투자를 신성장동력쪽으로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같은 저출산.고령화가 고용불안과 주택문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최근 분석은 정부의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폭넓게 실행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