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공기 저항이 적은 자동차가 연료를 적게 소비하듯이 선박 역시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 선박이 연료를 더 적게 소모합니다."
'드릴십 명가' 삼성중공업의 대덕선박연구센터에서 이뤄지는 친환경선박 기술 연구는 '선형 개량 및 에너지절감 장치 개발'로 요약될 수 있다.
◇ 400미터 예인수조서 최적화된 선형 및 프로펠러 개발
해상에서의 엄청난 물의 밀도를 이겨내야만 하는 선박 운항에 있어서 선박이 얼마나 물의 밀도차를 줄일 수 있는 형태를 지녔느냐는 운항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선박의 연료 소모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삼성중공업이 1996년 300억원을 들여 대전 대덕연구단지내에 선박연구센터와 예인수조를 완공하고 선형 개발에 몰두해온 이유다.
◇ 예인수조에서 모형선박의 선형을 테스트하고 있다. 예인수조 내에서 인공파도 테스트도 할 수 있다.
입구부터 네 차례의 보안장치를 지나면 실제적인 선형 개발이 이뤄지는 예인수조, 길이 400미터, 폭 14미터, 깊이 7미터의 '작은 바다'가 펼쳐진다. 민간업체가 보유한 예인수조 중 국내 최대 크기다.
김수형 수석연구원은 "선주가 요구한 선박의 10분의 1 크기 모형을 띄워 예인수조 내에서 갖가지 환경적 변화를 주고, 그에 따른 선형의 움직임과 에너지 절감은 어느 정도나 되는 지 철저히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예인수조에서의 선형 연구를 통해 기존 선형보다 15% 연료 절감이 되는 선형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료 효율을 높이는 데는 선형 못지 않게 프로펠러의 역할도 중요하다. 예인수조실을 지나 공동수조 분석실로 들어서면 십수대의 컴퓨터 장비와 함께 수십개의 프로펠러 모형이 한쪽 벽면에 빼곡히 걸려있다.
홍춘범 유체신기술연구 수석연구원은 "똑같이 물의 저항를 받는 선형이라면 프로펠러의 추진력이 좋을수록 연료 효율이 높은만큼 배의 종류와 용도에 따라 프로펠러 날개의 개수와 뒤틀림, 각도 등 모양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동수조 분석실에서는 프로펠러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부가물 즉, ESD(Energy Saving Device)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서종수 대덕선박연구센터장은 "ESD는 쉽게 말해 자동차의 속도와 연료 효율성을 위해 차량에 스포일러를 붙이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며 "선박의 추진기(프로펠러) 부문에 추가 장치를 달아 선박 운항시 소모되는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삼성중공업의 대표적 친환경 선박인 LNG-SRV. 지난해 세계 최고의 친환경 선박으로 선정됐다.
◇ 선형 · 연료 절감 장치, 선박 · 해양플랜트에 100% 적용
대덕선박연구소에서 연구된 선형, 연료 절감 장치, ESD 등은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되는 모든 선박과 해양플랜트, 특수선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홍 수석연구원은 "크루드오일 탱커, LNG캐리어, 콘테이너선을 비롯해 기타 해양 특수선 등에 대한 유체역학적으로 최적화된 선형들이 예인수조에서의 수많은 실험을 거쳐 실제 선박 건조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의 바닥에 붙여 물의 저항을 감소시키는 ESD인 세이버핀의 경우 2007년 개발 이후 일반 상선과 LNG선, 기타 선박에 의무적으로 부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삼성중공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되고 고도화된 선박 개발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 결실로 태어난 친환경 LNG 재기화 선박, 이른바 LNG-SRV는 지난해 덴마크에서 개최된 '그린십 테크놀러지'에서 세계 최고의 친환경 선박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LNG-SRV는 기존의 LNG선과 달리 액체 상태로 운송한 LNG를 해상에서 다시 기화시켜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친환경 재기화 기술이 적용됐다. 또 선형 계량과 전기 엔진추진 방식을 사용해 기존의 증기추진 대비 연비를 약 30% 개선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천연가스를 연료로 운항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인 '가스추진십'에 대한 개념설계도 완료한 상황이다.
기존선박 대비 ▲ 이산화탄소 20~25% ▲ 질소화합물 90% ▲ 황화합물과 미세먼지를 99% 이상 감소시킬 수 있어 세계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제한규정이 강화되더라도 완벽히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