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1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현 정부의 두 번째 경제팀 수장으로 자리한 이래 현재까지 장관직을 유지해 '25년만에 최장수 경제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한국경제의 최대 난관이었던 금융위기를 무난히 극복했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만, 주변과의 엇박자에다 외부와의 소통실패, 잦은 '소신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등 잡음도 많았다.
물가정책과 서민경제 돌보기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 금융위기 극복 "무난했다" 평가 지배적
윤증현 장관이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구원투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에서 5%포인트나 낮은 -2%로 잡는 것으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기상황임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장관직을 시작했다.
이후 역대 최대규모인 28조9000억원의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과감한 정책집행으로 금융위기의 '급한 불 끄기'에 성공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윤 장관이 지난 2년간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부터 비교적 빠르고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오류없이 업무를 수행했다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다"고 평했다.
전임 장관의 대표적 실책이었던 외환정책도 특유의 신중함으로 안정기조를 유지했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작은 충격에도 환율 등 외환시장이 급변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세우는 데도 공이 컸다는 평가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를 3000억달러 가까이 확충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선물환제도 개선안을 마련했으며,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세 과세 환원 조치를 시행하는 등 거시건전성 규제조치를 만든 점은 우리나라 특수성에 맞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처 장·차관 및 경제5단체장들과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위기 후 정책방향 제시 '지지부진'
경제부처 수장직을 '무난하게' 맡아오면서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책조율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은 대표적인 과오다.
윤 장관은 이전 노무현 정부에서도 금융감독위원장직에 있으면서 당시 정권 눈치를 보지 않고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등 소신발언을 이어왔다. 이런 강한 의견 개진 스타일이 장관 취임 후 '깽판 국회' 발언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밖에 '노후차 교체시 세금감면' 정책과 관련, 지식경제부와 계속해서 엇박자를 내기도 했고 '영리병원' 허용 여부를 두고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가 재작년부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강조해 왔던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존 이익단체들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지만 그와 같은 조율을 이끌어내는 것에는 현재까지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위기 극복에는 큰 역할을 했지만 정부 밖의 사회세력과의 소통과정이 너무나 부족했다"며 "서비스산업 선진화, 자유무역협정(FTA) 등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경제중심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을 했는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대통령이 서민정책 등 경제정책을 주도했고 경제부처 관료들은 지시한 과제에 매달렸을 뿐"이라며 "재정부가 문제를 찾아내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대책을 강구한 정책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 재정부서 '큰형님'..밖에서도 대인배될까
윤 장관은 올해 들어서도 무상급식 정책과 관련해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외부와의 대립각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 농가를 뒤흔든 구제역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피해를 입은 농민을 직접 겨냥한 비판발언을 하면서 윤 장관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물가잡기에 지지부진한데다 서민정책과 관련한 구설수에 오르면서 '서민과는 동떨어진 경제사령관'이라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윤 장관은) 지표위주의 경제관리로 성장률이 좋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전을 하지만 실물경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윤 장관이) 외부와의 소통에 있어서 늘 잡음이 많고 재정부의 업무영역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 불필요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또한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곳에 많은 이슈를 던져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공'을 넘어 앞으로 한국경제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장관의 '소통'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장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 참석해 "평생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현 장관직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장관의 재정부 내 별명은 '따거(큰형님)'다. 재정부 내는 물론 청와대와 정·관·재계에서 폭넓은 인정을 받으며 경제수장에 오른 그가, 외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윤증현 장관 약력
▲ 이수성 전 국무총리 매제로 부인 이정혜(62)씨와 1녀 ▲ 경남 마산(65) ▲ 서울고 ▲ 서울대 법대 ▲ 미국 위스콘신 대학원 ▲ 재무부 국제금융과장, 은행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실명제실시준비단장, 세제실 심의관, 증권국장, 금융국장 ▲ 재정경제원 금융총괄심의관, 세제실장, 금융정책실장 ▲ 세무대학장 ▲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 제17대 대통령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 ▲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 2009년 2월 10일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