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피해자들 "고액예금도 돌려달라" 집단행동

감독당국에 소송제기· 인터넷 청원 등 움직임
저축銀 인수 나설 금융지주사들은 '난색'

입력 : 2011-02-24 오후 4:03:25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3일 "저축은행 예금보호 한도를 5000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자들이 집단 행동을 준비하고 있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은 "5000만원 이상 예금은 물론 후순위채도 보장하라"며 감독당국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도 검토 중이다. 인터넷을 통해 청원운동을 벌이며 여론의 눈길끌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무리한 요구'로 해석하고 있지만, 과거 비슷한 사례의 경우 돈을 돌려받은 경우가 있고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대주주와 정치권이 고액예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 피해자 모임 조직화 시작돼
 
앞서 부산저축은행계열 피해자 23명은 지난 21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부산 동부 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금융당국 때문에 재산 손해를 봤다"며 "김 위원장이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때 '당분간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다'고 했는데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지난 21일부터 금융감독원 부산지부와 부산저축은행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또 청와대, 금감원, 부산시청, 각 정당 홈페이지에도 이번 사태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 5000만원 초과 예금, 후순위채 보상 요구
 
특히 이런 반발에는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털 다음(Daum)에는 "5000만원 이상의 예금주도 보호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피해자 모임 커뮤니티에도 5000만원 이상 피해자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한 게시판에는 "하루하루 노동으로 5400만원을 은행에 넣어둔 언니가 있다"며 "만기가 곧 돌아오면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는데 거래 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해 결국 언니가 몸져 누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게시판에는 "70년 사치 한 번 모르고 절약하며 사신 부모님 돈 4000만원이 부산2저축은행에 후순위채로 있다"며 "부모님의 피와 땀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후순위채의 경우 재작년말 저축은행들이 최고 8%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노령의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의 매각, 파산시 예금액은 5000만원 까지만 보호된다. 후순위채는 뒤로 밀리는 채권이기 때문에 은행 청산이 끝난 후 소액만 받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과거에도 피해 사례가 있기 때문에 예금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꼼꼼하게 관련 사실을 알린다"며 "그런 사실을 고객이 알고 있음에도 그 이상을 요구하는 건 법을 위반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영업정지를 당한 전남 목포 보해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보해 양조의 임건우 회장이 "5000만원 초과분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정종득 목포시장과 지역구 의원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책회의를 가졌었다.
 
◇ 금융지주사 '난색', 보상 쉽지 않을 듯
 
영업정지된 은행이 증자를 통해 정상화되면 투자원금과 이자를 그대로 받는다. 다른 곳에 팔리더라도 인수자가 예금 보호, 후순위채 보장을 약속하면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실제 솔로몬저축은행, 파랑새저축은행이 부실 은행을 인수하면서 이같은 사례를 남겼다.
 
그러나 최근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053000)지주는 5000만원 초과예금, 후순위채 모두 떠안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나머지 금융지주사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들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것까지 부담하면 가격부담이 커져 지주사 순익에 악영향을 준다"며 "당장 그같 은 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영업정지로 인한 문제는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3일 열린 국회 경제정책포럼에서 김무성(부산 남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에 돈이 많이 쌓이다 보니 대출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에 무모하게 대출했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며 "정부에서 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느냐"고 질타했다.
 
안경률(부산 해운대 기장을) 한나라당 의원 역시 "가지급금을 2000만원으로 묶지 말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라"며 "5000만원 이상 예금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후속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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