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트윗하는 은행장'으로 유명한 윤용로 전
기업은행(024110)장
(사진, 56)이 차기
외환은행(004940)장으로 결정됐다. 7일 하나금융지주의 윤 전 은행장에 대한 인사는 정식 선임은 아니지만 사실상 확정 인사다.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외환은행 직원을 설득하는 게 차기 외환은행장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 지분 인수 끝나야 진짜 행장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달 28일 복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 한 뒤 윤 전 행장을 차기 외환은행장 후보로 선임했다.
모양새는 살짝 안 좋다. 인수도 안 된 상태서 선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반발하는 이유다.
오는 11일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론스타(대주주)가 행장으로 윤 전 행장을 선택하고 하나금융이 무리없이 론스타 지분을 인수하게 될 경우(3월말 예정) 내정이 최종 확정된다. 이후 28일 주주총회까지 거쳐야 정식 행장이 된다. 산 넘어 산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7일 기자와 만나 "윤 전 행장이 기업은행을 잘 운영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윤 전 행장이 기업은행장 재임시 (2008년~2010년) 보금자리론으로 개인 수신 고객을 넓히고 취임 3년만에 순익을 4배 가까이 키운 점을 말한 것이다.
◇ 해외 IR서 영어로 직접 프레젠테이션
하나금융은 새 외환은행장의 조건으로 유창한 영어 실력과 금융산업에 대한 식견, 그리고 60세 미만의 젊은 나이를 거론했다.
영어과를 나온 윤 전 행장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전 행장은 "해외 기업 설명회 때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정도의 실력밖에 안된다"며 "외국 애널리스트들이 한국의 작은 은행장이라고 얕보다가 영어로 설명하니 놀랐다"는 일화를 전했다.
윤 전 행장은 '재임 중 기업은행의 가장 큰 변화를 뭐냐'는 질문에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의 균형성장"이라고 답했다. 기업, 외환 부문에 특화돼 있는 외환은행의 변화를 이끌어낼 지도 주목된다.
윤 전 행장은 소통의 달인으로도 불린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부담없이 친해질 정도로 친화력이 좋고 유머감각도 뛰어나다는 게 주변 평가다.
작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윤 전 행장에게 '자장면을 사드리겠다'는, 당돌한(?) 인턴사원도 있었다. 결국 윤 전 행장은 인턴사원 40명을 모두 불러 자장면을 사줬다.
◇ 윤 전 행장의 트위터. 은행장 중 유일하게 트위터를 운영 중이다.
기업은행장을 물러난 지난 2개월 동안은 어떻게 보냈을까? 윤 전 행장은 "여행도 하고 머리도 식혔다"면서 "건강이 좋지 않던 노모(老母)때문에 걱정도 많았다. 가족들을 그동안 잘 못챙겼다"는 말을 전했다.
◇ 외환노조 설득, 최대 과제
현재 윤 전 행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단 외환은행 노조 설득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에 의해 선임된 '점령군 대장'이 외환은행을 접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노조는 윤 전 행장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7일 만난 김기철 노조 위원장은 "일단 인수도 안된 상태서 행장 선임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누가 행장이 되든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근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은행 임원들이 윤 전 행장을 돕는 것도 막겠다고 밝혔다.
또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임직원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재경부(재무부) 관료 출신들의 잔치판이 되고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소통의 달인' 윤 전 행장이 날카로운 외환은행 노조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첫 해 임기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임금 하락 등을 걱정하는 외환은행 직원을 잘 안으면서 하나금융이 바라는 데로 PMI(Post Merger Integration, 합병 후 통합)를 매끄럽게 해 낼 수 있을지, 윤 전 행장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