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법을 위반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 대표이사(CEO)이나 담당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1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이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편성책임자 공표·신고위반 관련 과태료 부과와 방송 시간 초과에 따른 시정명령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위반 해당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상 불이익' 필요성을 언급했다.
과태료나 시정명령 같은 행정 규제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와중이었다.
하지만 행정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규제 기관이 개별 방송사의 인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법이 정한 범위를 명백히 뛰어 넘는 권한 남용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도 하나 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사의 사장 위에 군림하는 오너같은 말을 했다"며 "연임이 확정되고 나서 의욕이 넘치시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도 "방통위가 제대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방송사 인사까지 전부 담당할 생각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방통위 사무처는 딴 소리를 했다.
'방통위가 사업자의 법규 위반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방송분야에서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위원장이 언급한 만큼 관련 문제를 연구해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주 도덕성 문제와 무더기 종합편성채널 선정, 방송 장악 우려 등 야당의 강한 반대 속에서 여당 단독 표결처리로 연임을 확정했다.
두번의 청문회에서 모두 여야 합의로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고도 임명이 된 진기록(?)도 세웠다. 여권내 최 위원장의 위상을 세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실세라고 해서 개별 방송사의 CEO나 임원, 직원 인사에 개입할 권한까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통위 사무처가 최 위원장이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 안되는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은 더더욱 실망스럽다.
최 위원장은 이날 회의 중 "지상파 방송사의 행태에서 권력 남용의 냄새가 난다"고 언급했다. 이 말은 고스란히 최 위원장 자신에게도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