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라그나로크' 등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태국 최고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 업체로 떠오른 아시아소프트, 하지만 아시아소프트가 보는 한국 게임의 동남아시아 전망은 밝지 않다.
키티퐁 푸락사룬 아시아소프트 부이사는 지난 17일 <뉴스토마토>와 한 인터뷰에서 "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과 중국 게임의 위치는 3년 안에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은 창의성이 약해졌고, 동남아시아의 인터넷 인프라와 보급된 PC수준에 비해 너무 고사양을 요구하면서, 태국과 동남아시아 온라인 게임 사업자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티퐁 푸락사룬 부이사에게 태국 게임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키티퐁 푸락사룬 부이사
-아시아소프트 역사는?
▲ 아시아소프트는 2001년 설립됐다. 이제 10주년을 맞았다.
2008년 태국 증시에 상장된 아시아소프트는 태국 1위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8100만달러(910억원)였다. 현재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베트남 4개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고, 올해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 한국 게임은 몇개를 서비스하고 있나?
▲ 현재 아시아소프트가 서비스하는 23개 게임 중 18개가 한국 게임이다. 나머지 5개 게임 중 3개는 중국 게임, 2개는 대만 게임이다.
- 태국에서 한국게임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 한국 게임은 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아소프트가 서비스하는 게임의 대부분이 한국 게임이고, 현재 태국에서 서비스 중인 총 118개 온라인 게임 중 67개 게임이 한국 게임으로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은 ‘라그나로크’, ‘카발’, ‘오디션’ 등 한국 게임으로 모두 아시아소프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소프트가 태국에서 가장 많은 회원수를 가지고 있는 영향도 크다.
- 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전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 동남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은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의 성장이 빠르다. 아시아소프트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력할 전략이다. 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매년 10~15% 정도로 성장하며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한국 게임의 수준은 현재 세계 최고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에게 맞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게임이 독창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서비스되는 한국 게임들은 대부분 콘텐츠가 비슷하다. 게임 이름이 나와있지 않으면 게임들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 게임이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동남아시아 게임 이용자들은 한국 게임에 대한 흥미와 매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신작 게임들이 너무 높은 PC 사양을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약점이다.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아직 인터넷 인프라가 한국만큼 발전하지 못했고, 기본PC 사양도 낮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유명한 신작 게임, 특히 차세대 게임들을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들은 게임 콘텐츠를 더 빨리 업데이트해야 한다.
태국을 예로 들면, 보통 태국 이용자들은 6개월~1년이면 만랩이 되고 게임속의 놀거리를 다 해본다.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빨리 개발해야 하지만, 일부 한국 게임들은 이런 콘텐츠 업데이트가 느리다.
또 한국 업체들이 버그와 치트 프로그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점도 게임 속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게임 이용자들이 떠나는 요인이 된다.
한국 게임이 버그와 치트 프로그램에서 이용자를 보호하면, 동남아시아에서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중국 게임들의 강점은 뭐라고 보나?
▲ 최근 일부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처럼 높은 PC사양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 게임은 이용자들에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만큼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중국 게임은 콘텐츠 업데이트가 매우 빠르다. 중국 게임이 갈수록 인기를 얻는 비결이다.
- 그렇다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따라 잡을 수도 있다고 보나?
▲ 앞으로 2~3년 뒤면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넘어설 것이다. 현재 태국시장에서 중국 게임은 태국에서 22%, 한국 게임은 55%다. 그러나 중국 게임의 비중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태국에서는 한국 게임보다 중국 게임 서비스에 집중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 올해 아시아소프트는 몇개의 게임을 새로 서비스할 계획인가? 또 동남아시아의 다른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들과 비교해 아시아소프트의 강점은 무엇인가?
▲ 올해 아시아소프트는 10개 게임을 새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아시아소프트의 강점은 많은 나라에서 이미 강력한 게임 퍼블리싱 업체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1위,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서는 2, 3위 업체다.
아시아소프트는 동남아시아 전체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지금은 태국 사람은 태국 서버에서, 싱가폴 사람은 싱가폴 서버에서만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이런 구별 없이 같은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퍼블리싱 업체들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시아소프트처럼 큰 고객층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태국의 아시아소프트 회원은 1300만명이다.
우리는 인프라 확충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 2003년 태국에서 심야시간 온라인 게임 서버를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고 들었다.
▲ 당시 시행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태국 정부는 청소년들의 PC방 이용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오후 2시 이전에는 PC방을 이용할 수 없다. 또 15세 미만 청소년은 저녁 8시까지, 18세 미만 청소년은 저녁 10시까지만 PC방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