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C제일은행 부동산매각·고배당..'먹튀' 논란 재연

부동산 35건· 3000억원어치 매각..지점도 27곳 폐쇄 "영업 뜻 있나"
감독당국 무시하고 론스타보다 더 높은 60%대 '고배당' 비판

입력 : 2011-03-24 오후 12:30:05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SC제일은행이 27개 지점 폐쇄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보유 부동산을 계속 매각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2008년 이후 3년여간 35건, 30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무시하고 순익의 60% 규모의 금액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로 보낸 것으로 밝혀져 '고배당'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 지점 27개 한번에 문닫고 부동산 대거 매각..왜?
 
지난 주 SC제일은행은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에 있는 지점과 출장소 27곳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은행평균 CIR(Cost Income Ratio: 비용수익비율. 지점 수익 중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42% 이상이면 정리에 나서겠다는 것..
 
SC제일은행은 여기에 이어 보유 부동산을 계속 매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경북 포항합숙소를 시작으로 2008년 서울 우이동 연수원,  최근에는 서울 지점 수십 곳 까지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 기간 중 매각된 부동산은 총 35건, 300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서울 잠실 전산센터를 4000억원에 매각하는 계획도 계속 추진 중이다.
 
<SC제일은행 보유부동산 매각 현황>
 
 
 
(자료 :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실)
 
앞서 재작년 말 취임한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2년간 한국에 1억 달러를 투자해 6개월마다 25개의 신규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부동산 매각과 지점 폐쇄로 지점수는 오히려 줄었다.
 
<SC제일은행 지점 추이>
 
2005년 408개
2006년 404개
2007년 367개
2008년 371개
2009년 392개
2010년 418개
2011년(폐쇄후) 391개
 
시중은행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은행 지점 하나를 만드는 데 서울의 경우 약 40억~50억원의 자금이 들고 2~3년 지나야 안정화가 된다"며 "다른 은행들은 올해 4강 체제다 해서 지점을 못 늘려 안달인데 지점 폐쇄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계 은행은 점포재배치가 일상적인 업무"라며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점보다는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 작년 배당률 62%..금융당국 권고치 30%의 2배
 
고배당도 도마 위에 올랐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9년 설립된 SC금융지주에게 50%가 넘는 고배당을 해오고 있다. 당국의 권고치는 30%선이다. 은행도 재투자를 통해 생산성,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고배당이 이뤄지면 재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 배당 성향 비교>
   
  국민 신한 하나 SC
08년 없음 0.8% 없음 지주 설립전
09년 15% 20% 32% 58%
10년 없음 29%
25일 주총
결정
62%
 
SC제일은행은 지난 2009년에는 순익 4300억원 중 250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 2010년에는 3220억원으로 전년대비 순익이 줄었지만 배당률은 오히려 높아져 무려 2000억원이 지주로 배당됐다.
 
SC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을 통해 받은 배당금으로 증권, 펀드 등 다른 사업에 투자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재율 SC은행 노동조합 지부장은 "최근 은행 측에서 인권비 등 '비용절감'을 부쩍 강조하는데 고배당을 해놓고 비용절감을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이후 2008년까지 한 차례도 배당이 없었다"면서도 "순익이 줄었음에도 배당률이 계속 높게 나온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국송금 통한 '먹튀' 의혹
 
금융권에서는 잇딴 부동산 매각, 지주로의 고배당이 결국 '먹튀'를 위한 사전 절차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된 회계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돼왔고 해당 임원은 금감원 징계를 받기도 했다.
 
SC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동화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 수 없다"며 "외국계 기업이 본국으로 자금을 이체하는데 쓰이는 MR(Management Reallocation)계정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의문이 남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SC금융지주는 이 계정을 통해 경영관리비, 보상비 명목으로 영국 본사에 이익 중 일부를 보낸다. 문제는 각종 항목들이 적절한지 여부다. 굳이 주지 않아도 되는데 명분을 만들어 돈을 해외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MR계정 문제에 대해 SC제일은행 측이 보낸 해명을 놓고 적절성 여부를 판단 중"이라고만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인수된 후 상장 폐지되면서 상시 경영감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겠다는 외국계 은행 취지와 달리 금리 장사와 가계대출 위주 사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임금 협상 과정에서는 전임 노조위원장을 사측 교섭위원으로 선정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특별퇴직금제도를 폐지하면서 일방적인 해고에 나서고 있어 노사 갈등도 커졌다. 지난 1월 한 차례 결렬된 임단협은 지난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결국 결렬됐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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