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시중은행장들이 대기업의 계열사 '꼬리 자르기'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은행들의 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지난 28일 간담회에서 최근 잇따른 대기업들의 부실 계열사 버리기 행태를 일제히 비난했다.
참석자들은 "대기업들이 계열사 부실을 일방적으로 은행권에 떠넘긴다"며 "앞으로 대출할 때 대기업그룹 계열사라는 사실에 의존하지 말고 대출심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서
효성(004800) 그룹의 계열사인
진흥기업(002780)의 경우 작년에 여신 만기가 도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를 살리겠다며 여신 만기를 연장받았다. 또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의 재무 평가 결과 워크아웃인 'C등급'이었지만 'B등급'을 받아냈다. 하지만 결국 진흥기업은 지난달 초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LIG그룹 건설계열사인 LIG 건설 역시 워크아웃이 난항을 겪는 것을 보고 LIG그룹이 지원을 끊자 결국 법정관리(D등급)에 들어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그룹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기업이 한번 여신을 받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제도를 악용해 사실상 채무 탕감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발혔다.
그러나 모기업이 어려움에 빠진 계열사에 지원을 끊게 되면 은행들로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현금보유액이 많아져 굳이 은행 차입이 필요없게 된 몇몇 대기업은 오히려 예금을 인출하면서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