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현대캐피탈과 농협의 다른 위기대처 방식

입력 : 2011-04-15 오전 11:52:31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현대캐피탈이 언론에 해킹 사실을 스스로 발표한 것은 지난 8일이었다. 현대캐피탈은 "7일 신원미상의 해커로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즉시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계좌추적을 위해 해커가 요구한 금액 중 일부를 송금하기도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일당 일부를 찾아내 검거에 성공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왼쪽 사진)은 해외 출장 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귀국해 기자들을 만나 "피해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 통보하고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사과했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로서 '로열 패밀리'인 정 사장은, 마음만 먹으면 부하직원을 세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나서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틀이 지난 12일 오후, 농협 전산망 장애가 났다. "13일 오전이면 정상화될 것"이란 약속과 달리 15일 현재까지 신용카드 등 일부 서비스는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농협은 초기에 장애 원인도 몰랐고 '양치기 소년'처럼 정상화 날짜도 계속 바꿨다.
 
대국민 사과에 나선 최원병 회장(오른쪽 사진)의 태도도 문제였다. 최 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농협지주 설립과 관련해 지역 단위 조합에 설명회가 있어 일어나야 한다"며 회견장을 나가려다 "지금 해킹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어색하게 다시 주저앉았다. 최 회장은 전산망이 다운된 12일 당일까지 사고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를 내고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지난 13일 기자가 농협 IT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자 이 관계자는 "홍보실 누가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나, 이름을 대라"고 따졌다. 
 
현대캐피탈과 농협 모두 금융기관의 취약한 전산관리 시스템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위기 대응 방식은 너무 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했다. 급한 사안은 말단 직원이 임원에게 바로 보고하고 전화를 못 받으면 문자메시지를 남기는 식이다. 누구에게 어떤 양식으로 보고서를 쓸까 망설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다른 기업과 비교된다.
 
그동안 농협은 "농민을 위한 일보다는 돈 되는 사업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돈 되는 금융사업을 위해 내년에는 지주사를 출범시켜 국내 5대 금융지주에 편입된다. 하지만 이처럼 위기대처에 무능력한 금융지주가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지 의문이다. 농협의 미래도 걱정이지만 농협같이 위기에 무능력한 금융회사에 고객이 돈을 맡겨도 괜찮을지도 걱정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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