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금융당국 반성없이는 '과거·미래, 현재도 없다'

입력 : 2011-04-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주거래은행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새로 계좌를 트는 데에 번거로움도 있고, 거래하던 '금융기관'에 대한 우리나라 금융 소비자들의 정서적 신뢰감도 크게 작용한다.   
 
지난 1월 영업정지로 저축은행 사태의 불을 지폈던 삼화저축은행은 1971년부터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왔다. 인근의 의류 도소매업자들은 물론 식당직원, 배달부까지 한푼 두푼 모아온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부산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부산은 특히 충성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부산시민 6명 중 1명이 저축은행을 이용했다. 이렇게 지역 서민층의 이용이 늘면서 하나 둘씩 늘어난 저축은행은 지난해 105개에 달했다. 예금 거래자수만 429만여명으로 경제활동 인구로 계산하면 5명 중 한명 꼴이 저축은행과 거래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이어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 농협 전산망 마비 등을 지켜보면서 금융 소비자들은 불안하고 허탈해한다. 거래하던 금융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면서 하루 아침에 돈을 날린 사람도 있다. 금융회사 전산망이 구멍이 나 자기 개인정보가 줄줄 새기도 했다. 금융회사인지, 뒷골목의 전당포나 저자거리 사금융 업자인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금융의 안전지대가 있는가?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당국을 믿어도 되는가? 
 
지난 20일부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청문회는 우리나라 금융회사와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이런 불안과 실망에 기름을 부었다.  
 
이틀간 열린 이번 청문회에는 이헌재 전 장관을 비롯해 강만수, 윤증현, 최중경, 김석동 등 전·현직 경제수장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IMF사태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역시나' 하는 허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모럴해저드와 금융당국의 부실감독 '네탓 공방'을 지켜보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할 정도였다.
 
저축은행 대주주는 '이 분야에 대해 잘 몰랐다', '감사들은 배치된지 얼마 안돼 소관이 아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빈말들만 오가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와 불만은 청문회 어느 곳에도 다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은 더욱 가관이었다. 한 전직 금융당국 수장은 "투자자들이 해당 금융기관의 재무재표와 BIS비율, 전자공시 등을 잘 확인하고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정기적으로 공시와 금감원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청문회장에서 이틀내내 이들의 발언을 지켜보던 부산 저축은행 피해자대책협의회 대표는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과거도 있고, 미래도 있는데 현재가 없다." 과거에 잘못된 점이 있었고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말은 있지만, 현재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과거도 미래도 결코 있을 수 없다.  
 
 
뉴스토마토 송지욱 기자 jeewoo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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