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대학생 A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을 하던 중 평소 사고 싶던 명품 아이섀도가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품 정보를 상세히 읽어보니 그것은 일명 ‘저렴이’로 명품 화장품을 비슷하게 카피해 만든 국내 브랜드숍 제품이었다.
인기 명품화장품의 미투제품인 이른바 ‘저렴이’ 화장품은 이제 국내 화장품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도 모자라 재품명이나 디자인까지 오리지널을 떠올릴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고 있다.
사례의 아이섀도는 토니모리의 베스트셀러인 ‘쉬머러버’로, 바비브라운 ‘쉬머브릭’의 ‘저렴이’로 소문난 제품이다.
이름도 비슷하지만 케이스와 디자인은 얼핏 보면 ‘쉬머브릭’으로 착각할 정도다.
토니모리와 같은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중소기업뿐만 대기업까지도 미투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리뉴얼 출시한
아모레퍼시픽(090430) 해피바스의 미세거품 클렌징폼 ‘내추럴 휩’은 시세이도 ‘퍼펙트 휩’의 미투제품이다.
미세거품 클렌저인 ‘퍼펙트 휩’이 일본에서 수년간 인기를 누리자 해피바스에서 ‘내추럴 휩’을 출시했고,
LG생활건강(051900)에서도 ‘생크림폼’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SK-II가 원조인 발효화장품 분야에서도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이 ‘효시아’를 론칭했고, 3년전에는 LG생활건강이 ‘숨37’을 출시해 인기세를 이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의 ‘수분가득 콜라겐 밤’은 BB크림 팩트에 콜라겐 에센스가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SK-II의 ‘셀루미네이션 에센스 인 파운데이션’과 유사하다.
지난 2월 LG생활건강에서 출시한 캐시캣의 ‘360도 뷰러 마스카라’는 비슷한 시기에 한발앞서 출시된 디올의 ‘디올쇼 360’을 떠오르게 한다.
미투제품을 잘 만들면 연구개발비를 거의 투입하지 않고 오리지널 제품의 인기를 등에 업을 수 있어 경영학에서는 ‘미투마케팅’이란 용어도 있을 정도다.
미투제품에 대해 명품화장품과 비슷한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는 소비자들이 상당수이다.
한 소비자는 “SK-II는 너무 비싸서 망설여졌는데 비슷한 발효화장품인 숨37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반가웠다”며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이용할 수 있으니 미투제품인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를 선도해야 할 화장품 대기업들이 이처럼 미투제품을 쏟아내는 것은 무책임다는 지적도 있다.
또다른 소비자는 “중국 화장품 업체들의 한국 상품 베끼기가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업체들이 중국을 욕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며 “글로벌 브랜드가 된 아모레퍼시픽이 국내에서는 이렇게 미투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게 알려지면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