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통신비, 기름값은 내린다는데 은행 이자는?

은행권 순익 급증, 1분기에만 3.4조
금리 상승기 앞두고 이자 부담 커져

입력 : 2011-05-10 오후 12:00:34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서울 성수동에 사는 직장인 권 모씨(34)는 매달 통신비로 5만원, 기름값으로 15만원를 쓴다. 최근 통신요금, 기름값 인하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서면서 팍팍한 살림이 좀 나아질까 기대하고 있다.
 
권 씨는 결혼 전 대출 받아 산 집 이자도 매달 70만원 정도 내고 있다. 권 씨는 "원금도 아니고 이자만 월급의 1/4정도를 내고 있으니 사실상 월세"라며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 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민 생활에 민감한 통신비, 기름값은 인하 요구가 높지만 은행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
 
◇ 금리 상승 가능성 높아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올들어 매달 물가가 4%대 이상 급등하면서 한국은 OECD국가 중 물가상승률 2위를 기록했고 김중수 한은 총재는 '베이비 스텝(단계적 금리 인상)'을 강조했다. 기준금리는 이미 지난 1월, 3월에 0.25%포인트씩 올랐다.
 
<기준금리 추이>
 
 
  
시중은행은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다음 영업일에 이를 바로 반영한다. 다음 주 16일이 되면 지금보다 이자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이자부담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번 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신용대출 금리 역시 인상됐다.
 
국민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는 5.17∼6.47%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초와 비교해 0.76%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도 5.06∼6.46%로 6개월간 0.0%포인트 상승했으며, 외환은행도 0.63%포인트 오른 4.88∼6.63%까지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말 직장인신용대출의 기준금리를 금리변동 주기별로 0.05∼0.18%포인트 인상했다. 6개월변동 신용대출 금리는 8.39%로 0.18%포인트 높아졌다.
 
◇ 은행들, 1분기에만 3.4조 벌어
 
통신비와 기름값 인하 요구 배경에는 통신사와 정유사의 순익이 '과하다'는 이유가 있다.
 
실제 1분기 중 통신3사는 1조4304억원의 이익을 냈고 정유4사 역시 고유가에 힘입어 1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보일 전망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중 국내 은행의 전체 순익은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4분기 대비 69.7%나 급증했다.
 
<은행권 1분기 실적>
 
은행 액수
국민은행 7405억
우리은행 5075억
신한은행 6471억
하나은행 4056억
기업은행 5672억
은행권 전체 3조4000억
 
금감원 관계자는 "이자이익이 견조한데다 지난해 2분기 이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관련 대손비용이 크게 줄어 은행 수익성은 대체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 "이자 부담 커 서민생활 불안정"
 
결국 은행들이 이처럼 큰 수익을 내면서 이자 경감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금리 상승기를 틈 타 순익을 늘리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서민들이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은행권 순익이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무작정 이자를 낮추면 은행권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 상승기에 이자를 낮추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은행 이자를 내리면 세금을 굳이 들이지 않고도 서민 생활이 개선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약탈적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자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정유업체들의 1분기 순익이 급증하자 "연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업계 세금감면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의회에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서 권 씨의 사례에서 볼때 0.1%포인트 금리 인하는 어떤 혜택을 가져올까?
 
한 달 기준 통신비가 10% 인하된다면 5000원(5만원X0.1), 주유비 리터당 100원 인하 때는 7500원 (리터당 2000원 기준) 정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1억원 대출시 금리가 0.1%포인트씩 떨어지면 월 이자가 만원 씩 떨어진다. 연이자로 따지면 12만원에 이른다. 대출금이 많고 고리 대출을 받을 수록 이자 부담은 덜해진다.
 
실제 "이자가 높다"는 당국의 지적을 받고 작년 초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한 적이 있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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