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금감원 낙하산' 금지하면 비리·유착 해결될까?

"현존하는 모피아 금융권력 더 문제..금감원 전문인력 적절히 활용해야"

입력 : 2011-05-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금융업계 '낙하산' 감사 비난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임직원의 금융회사 감사 취업을 원천 배제하겠다'는 금감원의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고질적인 금융회사 부실과 비리가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 또는 임원과의 유착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이번 결정이 과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금감원 낙하산' 차단엔 찬성하나 이런 방안이 금융회사의 비리와 감독기관과의 유착을 막을 최선의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리와 유착의 중심에는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재정부(옛 재무부)출신 관료들이 최상층에 포진하고 있는데 이들의 책임과 권한을 그대로 둔채 '감사급  낙하산'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근원적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의 부실화는 실무감독의 실패 뿐아니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 때문이기도 한데 이를 낙하산감사와 현장검사의 책임으로 선을 긋는 것은 희생양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계 현장에서는 금감원 출신을 배제한 자리에 또 다른 낙하산 인사가 채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된 이석근 금감원 부원장보가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대신증권과 메리츠증권에서도 금감원출신 감사내정자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 출신 감사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한 비난과 부담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사의를 표명하는 금감원 출신 감사내정자들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금융사에 퇴직임원을 추천하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하고 기존 금감원 출신의 기존 감사들의 연임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기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5월 주총을 앞두고 감사를 선임해야 할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다보니 적임자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증권사 관계자는 "5월 주총을 앞두고 새 인물을 찾고는 있지만 인력풀에 한계가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낙하산 감사는 문제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현장에서도 금감원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출신이 빠진 감사 자리에 오히려 비전문가인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관계자는 "낙하산인사 관행에서 금감원 출신만 배제하는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또 다른 낙하산인사만 키우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한다해도 금융관련해 전문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앞으로 문제는 감사역할을 누가 대체할 것이냐"라며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금감원처럼 금융기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곳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나 비리감사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금감원 출신을 원천배제하는 게 옳은지 여부는 확신이 안선다"며"감사의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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