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전세계 증시가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FTSE100, 독일 DAX, 프랑스의 CAC지수 모두 2%대 가깝게 폭락했고 미국 증시도 급락해 S&P500지수는 1.2% 떨어졌다.
◇ 유로존 국가신용등급 '줄줄이' 강등
무엇보다도 주요 원인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에 이르는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때문이었다.
지난 20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3단계 강등했고 스탠더드앤푸어스도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또한 벨기에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 위기의식을 높였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경제지표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유로존의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2.4포인트 하락한 55.4로 예상치를 밑돌았고 HSBC가 발표한 중국의 5월 PMI도 51.1로 10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찍었다.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로 유로화는 약세로 돌아섰고 달러는 강세를 보여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원자재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부담을 느껴 투자를 회피하고 있는 양상이다.
폴 젬스키 IN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급락을 이끈 주요 원인은 세계경제 지표의 부진과 유럽 리스크 확대 때문"이라며 "위험은 지난주 금요일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부터 시작되어 다른 나라들까지 퍼지고 있어 지금은 부정적 상황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 정치리스크도 변수..그리스, 공기업 민영화 전격 발표
여기에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손꼽히던 그리스 재정위기도 한 단계 진행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스 재무부는 23일(이하 현지시간)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중기 재정전략 계획(2011~2015년)을 의제로 회의를 끝낸 뒤 성명을 통해 "민영화 프로그램의 초기 성과를 위해 통신회사 OTE, 국영은행인 포스트뱅크, 피레우스.테살로니카 항만 등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분 매각 절차를 즉각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그리스 민영화 계획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각을 앞세우고 있다.
민영화 계획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지원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한 사안인데다 민영화가 계획대로 진행된다 할지라도 내년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페인 집권당의 참패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재정위기는 가라앉을 요인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칼럼을 통해 "그리스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과 더불어 지난 주말 스페인 집권당의 지방선거 패배도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올랐다"며 "새롭게 선출된 지역정부가 숨겨진 지방부채를 해결할 수 있을지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채권시장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각각 5.54%와 4.81%를 기록, 유로존에서 가장 안전한 국채인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가 올 1월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진 상태여서 재정위기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