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株, 합병승인 불구 '웬 급락(?)'

HMC·신영스팩, 거래 첫날 12~14% '뚝'

입력 : 2011-05-24 오후 5:32:59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합병에 성공한 기업인수목적법인, 즉 스팩의 거래 재개일 급락세가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24일 자전거 전문업체 알톤스포츠를 합병한 신영스팩1호(123750)는 전거래일 대비 161원(14.38%) 큰 폭 떨어진 959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거래량은 64만2337주로 키움증권(039490)과 한국투자증권 창구로부터 3억원 가까운 매도물량이 출회돼 주가를 끌어내렸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의 합병을 승인받은 HMC스팩1호(126640) 또한 270원(12%) 밀린 19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총 16만9410주가 거래됐으며, 한국투자증권과 HMC투자증권(001500)이 매도상위 1, 2위에 각각 랭크돼 이들 창구로부터 2억원 가량의 매물이 쏟아졌다.
 
합병 승인 후 거래 첫날 스팩 주가가 이처럼 급락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업계 최초로 합병에 성공한 대신증권그로쓰스팩(123550)의 경우 거래가 재개된 지난 15일부터 사흘 연속 미끄러져 공모가 2000원을 하회했다. 이후 지지부진한 장세를 펼친 끝에 이날 5원(0.53%) 오름세로 거래됐지만 종가는 1905원으로 여전히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처럼 기이한 현상을 두고 당시 시장에서는 대신증권이 터치스크린 패널업체 썬텔과의 합병 결정을 공시하기 전 재료 유출로 주가가 미리 급등한 탓에 정작 합병이 승인된 후 첫 거래일에선 차익성 매물이 유발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거래소는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의 합병 결정 공시 전 미공개 정보를 통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 지 여부를 추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신영·HMC스팩의 경우 모양새가 꼭 닮은 건 아니다.
 
신영스팩1호가 합병을 결정한 후 거래 정지되기 전까지 주가는 전일 대비 20원(0.9%) 오른 1120원으로, 합병 결정이 공시되기도 전 단번에 52주 신고가까지 뛰어오른 대신증권그로쓰스팩 주가와는 차이가 난다.
 
HMC스팩1호도 마찬가지. 합병 결정 공시 전거래일인 8일 종가는 전날보다 10원(0.45%) 상승한 2250원으로 주가흐름이 다소 완만하게 전개됐다.
 
이쯤되자 시장에서는 스팩 자체에 대해 투자심리가 많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앞서 대신증권그로쓰스팩의 사례를 학습한 투자자들이 합병 승인 이후 너도나도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 외에 달리 주가 급락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스팩이 합병에 성공했다면 향후 주가흐름은 피인수법인의 성과에서 비롯돼야 하는데 아직은 뚜껑도 채 열리기 전이다. 전문가들은 스팩의 경우 단타매매하기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며, 무엇보다 투자전략에 피인수기업의 성장성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HMC투자증권의 한 스팩 담당 관계자는 이날 "어떤 이슈에 의해 주가가 내렸다고 보기엔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며 "대신증권스팩 때 워낙 주가가 많이 빠졌다 보니 투자자들이 스팩하면 다 같은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년 사이 국내증시가 가파른 상승가도를 달렸음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영위하는 구조인 스팩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이 기대보다 못한 수익에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스팩은 단기매매를 추구하는 투자성향에는 걸맞지 않은 상품"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되 무엇보다 스팩이 품은 기업의 성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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