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외환은행(004940) 대주주인 론스타가 결국 외환은행 지분 51% 중 41%를 시장에 강제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현재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맺은
하나금융지주(086790)는 당초 예상가격은 4조원대의 절반 정도인 2조원대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25일 청와대와 금융권 관계자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건은 조만간 유죄로 판결날 것으로 예상되며, 금융당국이 결국 론스타가 보유 외환은행 주식을 강제매각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법리적 문제는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에게 향한 '먹튀' 방조 비판도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기성 자본인 론스타가 2조원대의 엄청난 손실을 피하기 위해 법원의 유죄판결과 금융당국의 강제매각 결정에 불복하고 법리적 싸움을 계속할 경우, 외환은행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 강제매각 이뤄지면 하나금융, 외은 인수가격 '절반'
론스타가 유죄로 판결 나면 관련법에 따라 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 론스타는 은행 관련 주식을 10% 넘게 가질 수 없고 현재 가진 51% 지분 중 41%의 주식을 강제매각 해야 한다.
론스타가 이 지분을 하나금융에게 넘길 경우 인수 자금은 크게 낮아지게 된다. 작년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는 주당 1만4250원, 총 4조6888억원에 인수 계약을 했다. 당시 외환은행의 주가는 1만2000~1만3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은행 주가가 9000원 밑으로 떨어져 있다. 여기에 강제매각의 경우 통상 10%정도 평가 절하되기 때문에 론스타는 결국 주당 약 8000원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인수가격은 현재보다 2조원 이상 낮은 2조6257억원으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판 여론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게 된다.
론스타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고 고배당으로 투자자금 이상의 수익을 빼내간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 당국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변양호 신드롬'에 시달려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계속 지연시켜 왔다.
하나금융 역시 "인수가격을 높게 제시해 론스타를 배불리고 있다"는 여론을 피할 수 있다.
◇ 론스타, 빠르면 다음 달 유죄 확정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유보했었다.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10부는 첫 공판기일을 다음달 16일로 잡았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취지에 맞춰 심리해야 하는 고등법원은 유 대표에게 유죄 확정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판결이 16일에 당장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유 대표가 기존 판결을 뒤집을만한 새 증거나 변론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죄 판결이 나도 론스타가 강제매각 명령에 불복해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하면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설사 론스타가 강제 매각을 받아들여도 하나금융에 주식을 매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매수자를 찾거나 4~5%로 지분을 쪼개 '블록 딜(대량매각)'형식으로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외환은행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 국내외 '강제 매각' 사례는?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FRB)은 은행의 대주주가 주가조작 등의 범죄행위로 적격성을 상실할 경우, 그 의결권을 정지시키고 경영에 일체 간섭할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주식을 처분(공개매각 원칙)하도록 정하고 있다. 미국은 확정판결전이라도 중앙은행이 대주주가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만 하더라도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4년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의 강제매각명령(2004년 2월)과 디엠파트너스의 한국석유공업 지분의 강제매각명령(2008년 3월) 사례가 있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변호사는 "론스타가 유죄판결이 나면 1단계로 초과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1개월 이내에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2단계로 1개월 이내에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는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