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중국고섬 투자자, KDR 해지..속내는?

거래정지 후에도 KDR 전환과 해지 바꿔가며 작업
이르면 이달 중순 경 상장폐지 여부 윤곽 나올 듯

입력 : 2011-06-02 오후 4:59:52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중국고섬(950070)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KDR)를 싱가포르 원주로 바꾸는 일이 부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고섬의 한국 상장폐지 위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가능성이 적은 해석이라는 의견이다.
 
오히려 현재 거래 정지중인 중국고섬이 거래가 재개될 경우 싱가포르 현지에 상장된 주식의 상승 차익이 더 클 가능성이 있어 이를 겨냥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수차례 걸쳐 KDR 전환과 해지
 
2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고섬은 국내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KDR) 40만2500주가 지난달 싱가포르 원주로 해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DR은 2813만1993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KDR을 원주로 바꾼 것으로 국내시장에서 중국고섬이 상장폐지될 우려감으로 인한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고섬 투자자들은 거래정지 이후 수차례에 걸쳐 KDR의 전환과 해지 작업은 바꿔가며 진행하고 있다. 단지 싱가포르 원주로만 바꾸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투자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중국고섬과 같이 2차 상장된 주식에 한해 '외국주권 또는 외국주식예탁증권의 상호 전환 신고' 공시를 수시로 하고 있다.
 
또 KDR 투자자들은 한국예탁원을 통해 원주와 KDR을 서로 바꾸는 작업을 할 수 있다.
 
한 증시전문가는 "KDR 투자자는 보통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환율에 따른 시세 차익을 노리고 전환과 해지 작업을 한다"며 "상장폐지를 우려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전환하거나 해지하는 상황은 드물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고섬은 불투명한 회계문제 등으로 싱가포르 시장과 국내 시장 모두 거래정지된 상황이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 정지된 시점의 주가는 0.190싱가포르달러(SGD)이고 국내 시장 마지막 종가는 4165원이다. 또 KDR 1주는 싱가포르 원주 20주와 같다.
 
환율이 매일 바뀌는 점을 감안해 2일 기준(1SGD 당 872원 정도)으로 싱가포르 시장의 주식을 국내 주식으로 계산하면 3313원이다. 환율에 따라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것.
 
또 싱가포르 시장은 국내 증시와 달리 상하한선이 없다. 거래정지가 풀리고 상장폐지가 되지 않는다면 중국고섬의 상황에 따라 더 큰 이익을 보거나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KDR의 전환과 해지는 이같은 의미를 가진다.
 
또 한국에서 중국고섬의 상황이 악화돼 상장폐지되더라도 싱가포르 시장의 규정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규정이 달라 동시에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시장에서 퇴출 과정을 겪어도 싱가포르 원주가 살아있기 때문에 언제든 한국예탁원을 통해 KDR을 원주로 바꾸면 된다.
 
◇ 이르면 이달 중순 상장폐지 여부 알 수 있을 듯
 
중국고섬은 이달말 주주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중국고섬의 상장폐지 여부는 감사보고서 제출과 그 결과에 달려 있다. 감사보고서는 주주총회 15일전에는 비치돼야 하기 때문에 이달 중순 경에는 상장폐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고섬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고섬은 사정 상 주주총회를 또다시 연기할 가능성이 있어 감사보고서 제출 역시 연기될 수 있다.
 
중국고섬은 현재 조상빈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들이 물러난 후 싱가포르 현지인 사외이사 3명이 경영에 참여하고 이들 중 1명이 임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시전문가는 "상장 후 단 3개월 거래된 상황이고 2개월 넘게 거래정지된 터라 상장폐지된다면 중국기업에 대한 불신은 높아질뿐더러 투자자의 피해도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중국고섬은 감사보고서에 대한 결과를 투자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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