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국내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기업들이
중국고섬(950070)으로 인해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투명한 회계문제로 두 달 이상 거래정지 중인 중국고섬으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기업들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이 때문에 중국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급기야 상장을 연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9일 중국 외벽타일 제조업체인 완리인터내셔널의 상장 주관을 맡은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지난 2~3일 진행한 완리인터내셔널의 공모결과, 총 청약대상 주식수 1220만주 중 88만3273주에 대한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미달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36억2000만원 규모다.
이번 청약에서 기관투자자 물량은 모두 정상적으로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투자자 물량이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일반투자자 공모 분량에서 미납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업종과 시장 상황이 다른데도 국내투자자들이 중국기업을 하나로 묶어보는 경향이 있어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장을 준비하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린 경우도 있다.
현대증권(003450)이 기업공개(IPO)를 맡은 중국대제국제유한공사는 작년 12월23일 상장적격성 판정을 통과했다. 상장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6개월 이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포기하고 다시 상장 재심사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대증권 IPO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국대제와 협의해 상장 재심사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분무펌프 기업인 썬마트홀딩스의 경우 작년 12월 상장 승인을 받은 뒤 1월 한 차례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4월로 상장 일정을 늦췄다 결국 상장을 포기하기도 했다.
국내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들의 주가도 시원치 않다.
지난 3월 초 반등 조짐을 보였던
차이나그레이트(900040)는 중국고섬 사태가 터진 이후 줄곧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제 차이나그레이트는 중국고섬 사태 당일인 지난 3월22일 이후 30.25%(8일 종가기준)가 빠졌다.
한 증시 전문가는 "국내 상장된 중국기업의 주가 하락을 중국고섬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시장상황도 여의치 않았고 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중국고섬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왕위에런 차이나킹 대표는 최근 중국 현지에서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한국에 상장된 중국기업 업종이 다 다른데 현재 중국주로 묶어서 평가하는게 비합리적"이라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인 사외이사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우쿤량 차이나그레이트 대표는 역시 "투자자들이 기업이 중국에 있다보니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있는데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장견학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과 임원들이 한국 회사를 찾아가서 회사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고섬으로 인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신영증권(001720)이 IPO를 주관하는 컴바인윌홀딩스은 일정대로 다음달 중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컴바인윌홀딩스는 중국고섬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거래소(SRX)에 상장돼 있다. 그러나 중국고섬과는 다르게 주식예탁증서(DR)가 아닌 원주를 직접 상장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이 예탁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업에 대한 신뢰감을 좀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신영증권 글로벌IPO팀 관계자는 "컴바인윌홀딩스의 상장 추진에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인한 시장의 우려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회사가 한국 내 직접 영업활동 등으로 좀 더 투자자에게 접촉할 기회를 주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등 중국기업에 대한 우려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