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장 사퇴설·집단사표..법조계 반응은 '싸늘'

총장 임기제 도입후 15명중 9명 중도하차

입력 : 2011-06-30 오후 3:19:16
[뉴스토마토 권순욱·오민욱기자] 30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가 수정 의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임기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김준규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1기)의 사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김준규 총장 사퇴하나?
 
이날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6조는 수사지휘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고 사개특위가 통과시킨 원래의 방안을 수정한 것이다.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이같은 수정안을 의결하면서부터 검찰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총장이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29일 수사권 조정 협상에 관여했던 홍만표 기획조정부장(52·17기), 구본선 정책기획과장(43·23기), 김호철 형사정책단장(44·20기) 등 5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대검의 김홍일 중앙수사부장(55·15기), 신종대 공안부장(51·14기), 조영곤 강력부장(53·16기), 정병두 공판송무부장(50·16기) 등 검사장들도 같은 날 사표를 제출했다.
 
김 총장도 다음달 4일 거취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30일 오전 사표를 제출한 검사장들과 회동해, 사의를 만류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유엔(UN)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총장과 대검 간부들의 사표가 실제 수리되고, 사퇴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임기제 도입후 15명중 9명이 중도사퇴
  
문제는 특정 사안에 대한 반발로 임기가 정해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임기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벗어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988년 도입됐고, 임기제 도입 후 검찰총장은 총 16명이다. 이번에 김 총장이 사퇴할 경우 10번째 중도 하차한 검찰총장이 된다.
 
중도 사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 법무부장관으로 영전 ▲ 도의적 책임 ▲정부와 정치권과의 갈등  등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한 경우는 김두희, 김태정 전 총장 2명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전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가 정권교체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한 케이스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경우는 신승남, 이명재, 임채진 전 총장 3명이다. 신 전 총장은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이 전 총장은 서울지검에서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으로, 임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부나 정치권과의 갈등으로 사퇴한 총장은 모두 4명이다. 첫 임기제 검찰총장이었던 박종철 전 검찰총장은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두고 권력층과 마찰을 빚다 취임 9개월 만에 사퇴했고, 김기수 전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구속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사퇴했다.
 
김각영 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해 불신을 표출하자 사퇴했고, 김종빈 전 총장은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으로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발동하자 이에 반발해 사퇴했다.
 
이     름 재 직 기 간 사  퇴  사  유
김두희 1992.12~1993.3 법무부장관 임명
박종철 1993.3∼1993.9 전 정권 비리인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두고 권력층과 마찰
김기수 1995.9~1997.8 검찰 인사가 미뤄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임기 만료 한달 전 사퇴(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를 구속한 심리적 부담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음)
김태정 1997.8~1999.5 법무부장관 임명
신승남 2001.5~2002.1 이용호 게이트에 동생 승환씨가 연루되어 구속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
이명재 2002.1∼2002.11 서울지검에서 피의자 고문 치사 사건이 발생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
김각영
2002.11∼2003.3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과의 대화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고,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는 등 인사개혁을 단행하자 사퇴
김종빈
2005.4.∼2005.10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를 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깨졌다며 사퇴
임채진
2007.11~2009.6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청와대가 만류했으나 결국 사표수리
김준규
2009.08~
 
수사권 조정에 따른 국회 수정동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 밝힘
 
  
◇ 검찰 반발에 법조계 반응은 싸늘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에 대처하는 검찰의 강력 반발과 총장 사퇴설에 대한 법조계의 반응은 의외로 싸늘하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중진 변호사는 "검찰이 보이는 반응은 과하다"면서 "그동안 검찰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자신들의 모습을 먼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솔직히 검찰이 얼마나 인심을 잃었나?"라면서 "현실이 변화하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단체의 간부를 맡고 있는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권에 대해서는 무조건 현재상태를 고수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 속에서 검찰의 위상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솔직히 검사장들의 집단 사표제출과 검찰총장의 사퇴설에 대해서는 냉소적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뉴스토마토 오민욱 기자 shprince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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