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올해부터는 기존 퇴직보험을 통해 소득공제를 적용받던 기업들이 보험 만기이후 공제유지를 위해 퇴직연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40조원 규모 ‘황금시장’을 놓고 금융사들 간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정부에서는 적극적인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업계의 동참을 어느 때보다 강조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선두주자는 은행과 보험, 그러나 후발주자인 증권사들이 이들을 대대적으로 추격하고 나서면서 퇴직연금 시장 ‘천하삼분의 계’를 펼쳐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이미 노령화가 시작된 한국 사회에서 최후의 안전망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업계 간 치열한 경쟁 구도를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올해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5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린 증권업계도 추격이 뜨겁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업계는 고수익 고배당 전략을 통한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가장 최적한 상품을 통해 은행업종에 뒤쳐진 시장점유율을 끌어오리겠다는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조기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근로자는 물론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는 근로자들이 퇴직금이란 '목돈'의 활용을 놓고 고민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자산운용방법이 필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 황금알 퇴직연금 시장, 아직은 '아장아장'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된 퇴직연금의 가입근로자는 지난 4월 현재 266만2814명. 전체 상용근로자 874만854명의 30.5%에 머물러있다.
국내 약 142만개 사업장중 퇴직연금에 가입된 사업자는 7.3%인 10만4000여개 업체에 그치고 있다.
특히 500인이상 사업장의 경우 57.0%만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시장여력에 비해 성장성은 아직도 크게 남아있는 시장이란 평가다.
4월말 현재 금융감독원에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된 은행과 증권,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는 모두 57개.
가입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인 DB형 가입자가 전체의 69.1%(184만663명)로 가장 많았고 운용수익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확정기여형 DC형은 28.1%(74만9164명)로는 개인퇴직계좌(IRA) 특례형(2.7%)을 제외하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적립규모로는DB형이 71.7%인 23조631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DC형(5조9124억원), 개인형 IRA (2조8716억원), IRA특례 1.6%(533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 韓,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에서 65세이상 노인층의 비중은 11.3%로 지난 2005년 9.3%에서 5년만에 2.0% 상승해 전체 인구의 7~14%가 65세이상 노인층인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했다.
대부분의 미래 전문가들은 한국도 전체 인구의 14~20%미만이 노인층인 고령사회(aged society)로의 진입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며 오는 2018년에는 전체 인구중 65세이상 인구가 1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고령화 현상은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인한 노후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처럼 줄어든 평균 근속기간(전체근로자 5.9년)과 낮아진 퇴직연령대(45.5세) 등 급격한 노동환경의 변화는 퇴직이후의 은퇴자금 필요를 점차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전 정년까지 일해 40년 일하고 노후 20년을 퇴직금으로 생활하던 상황은 불과 20년을 일하고 노후 40년간을 생활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며 퇴직이후에 대한 부담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 단순 적립보단 실적 배당이 '효율적'
국내보다 먼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해외 금융선진국의 연금시장은 실적배당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미국의 DB형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중 원리금보장상품의 비중은 13.4%에 불과하고 주식·채권형 실적배당상품(84.6%) 특히 확정기여형인 DC의 실적배당 비중도 82.3%에 달했다.
미국 정부가 근로자 스스로 투자결과에 책임을 지닌 DC형 퇴직연금제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도 실적배당상품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이전 DB형 연금시장은 하향추세로 돌라선 반면 DC형 시장은 과거 10년전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DC형의 빠른 확대는 지속된 저금리 환경에서 DB형에 대한 수익기대감이 낮아진데다 연금적립금 부족시 이를 채워야하는 기업들이 근로자 개인이 일부 책임을 지게되는 DC형의 퇴직금으로 전환을 꾀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DC형 연금의 경우 증시로 투입되는 자금을 늘려 주가와 연금 수익률을 동반 상승시키는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 증권사, DC형 연금 높여라
지난달 30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내 퇴직연금시장에서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근로자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나서는 한편, 회사설립후 1년이내에 퇴직연금을 우선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퇴직연금 시장에선 금융권이 대출금리에 따른 할인혜택과 수수로 면제등의 혜택을 강조하며 증권업계를 앞지르고 있지만, DB와 DC형의 혼합이 가능해지며 수익성 확대를 장점으로 가진 증권업계의 추격이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운용경험은 연금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DB형의 수익률(6%내외)이 비슷한 상황에서 은행권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DC형에 대한 접근에 총력을 기울려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DC형 선택의 가장 큰 요건인 수익률 측면에서 지난해 은행권 최고 수익을 기록한 국민은행이 10%내외에 그친 반면 미래에셋증권 등은 17%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영철 대신증권 퇴직연금사업1부 팀장은 "치근 고령화 진전과 은퇴준비의 필요성 공감이 커지면서 직장인들의 퇴직금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의 핵심요소는 운용능력에 있으며 이는 증권사의 투자 노하우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이러한 퇴직연금 시장에 잘 부합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한 퇴직연금 시장이 올해 증권업계의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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