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준기자·송지욱기자] "100일 밖에 안 됐느냐? 일년은 된 것 같다. 청문회도 나가보고…"
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산전수전도 모자라 공중전까지 겪은 그간 3개월. 권 원장의 얼굴 한켠엔 깊은 그림자가 배겨 있었다.
지난 3개월은 그야말로 권 원장에겐 하루하루가 곤욕이었다.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융감독당국의 '무능'은 일파만파 확대되며 '불신'으로 번졌다. 해당 관련 업무 직원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됐다. 급기야 '분노'한 대통령이 불시에 금감원을 찾기도 했다.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금융감독 자체가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다. '금융강도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3개월 그 한 가운데 권 원장은 그렇게 서 있었다.
아쉬운 대목이 없진 않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은 기본부터 다시 챙겼다.
권역별로 주무국장을 교환해 배치하고 전직원의 보직을 싹 바꾸는 등 대대적인 인사쇄신을 단행했다. 검사와 서민.소비자보호기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재산 등록 대상 공무원도 2급에서 4급으로까지 늘리고, 감사추천제를 폐지키로 했다.
그러나 깊게 패인 불신이 단번에 회복될 수는 없는 노릇.
인사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너무 쇄신에만 몰두하다 보니 효율적 인력 활용은 간과했다' 등의 적지 않은 내부 불만도 터져나왔다.
외부에선 금융감독혁신을 위한 일대 재정비를 요구했다. 현재 논의가 한창이다.
권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안정과 금융신뢰가 종결자가 되겠다"며 '금융신뢰의 종결자'를 강조한 바 있다.
어떤 식으로 신뢰를 회복할지 머리속이 복잡한 권 원장의 취임 100일은 또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