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운송·택배기사들의 눈물.."희망이 없다"

입력 : 2011-07-14 오후 2:29:47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내가 한 가정의 가장인데 10년째 받는 월급이 똑같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버스운전이 쉬운 줄 아느냐? 버스 배차시간에 쫓겨 소변 볼 시간도 없다."
 
지난 8일 삼화고속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후 집회현장에서 만난 한 노조원의 말이다. 덥수룩한 수염과 까맣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서 힘든 삶의 무게를 엿볼 수 있었다.
 
삼화고속 근로자들은 격일제로 일일 19시간, 월 389시간을 근무한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고작 월 186만1000원이 전부다. 시급으로 따지면 올해 최저 시급인 4320원보다 407원 많은 4727원인 셈이다.
 
물론 상여금 등을 포함하면 2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더 큰 문제는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운전기사와 이용객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기사는 배차시간에 쫓겨 차선위반과 과속 등 교통법규를 어길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행위가 정당화될 수도, 돼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같은 근무조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저지르도록 묵과한 회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 
 
같은 운송 직종인 택배회사 기사 역시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취재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택배기사는 자신의 고단한 일과를 하소연하듯 쏟아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3시간 동안 130~150여곳을 돌며 물건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한달 동안 일해서 지급받는 돈은 210만여원.
 
이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턱없이 부족한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CJ GLS, 현대로지엠 등 국내 택배업체 비정규직 비율은 70~80%로 협력업체나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고된 노동과 낮은 급여 탓에 물류현장에서의 인력부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 한마디로 인력 부족의 탓을 근로자에게 돌리는 행동이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 알게 된다.
 
국내 택배시장은 지난해 모두 3조원 규모. 10년 사이 무려 5배나 급성장했지만, 과열경쟁으로 인한 단가하락 탓에 근로자의 주머니는 오히려 가벼워졌다.
 
현실은 '풍요속 빈곤'인 것이다. 지난 8일 정부는 부랴부랴 친서민대책점검회의를 거쳐 택배기사 종사여건 개선대책 방안을 마련했다.
 
내친 김에 운수기사들의 근로조건도 함께 논의됐으면 싶다. 늦어도 한참 늦은 정부의 대책에 뭔 뾰족한 수가 있으리란 기대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들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발표하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이미 박탈감을 느낄만큼 느낀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뭘까. 
 
대단한 근로여건 개선일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희망`이 아닐까.
 
작은 변화. 앞으로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이들은 일하고 싶은 것이다.  
 
한참 늦었다. 그러나 늦었음을 깨닫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르다. 운송과 택기기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근로여건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또 "무시 당했다"는 박탈감은 강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제 나아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제시되는 정책이길 간절히 바란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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