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주기자] 에어부산이 자사의 조종사를
대한항공(003490)의 자회사인 진에어가 부당하게 빼가고 있다고 반발하자 진에어가 반박하는 등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15일 에어부산과 진에어 등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이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 등 두차례 이상 에어부산 부기장 5명을 채용했고, 올 7월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에어부산 부기장 2명을 추가로 채용해 상도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과거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의 기장들을 채용하며 불거진 논란을 상기시키며 최근 진에어가 또 에어부산 출신 기장을 채용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 진에어 공정성 주장‥"이번 채용은 100% 진에어 주관이다"
하지만 진에어 측은 에어부산의 비판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진에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100% 진에어가 주관했고 대한항공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며 "에어부산 기장을 노린 게 아니라 여러 항공사 출신과 민간 비행 조종사 중 경력직 2명이 채용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에어부산 출신 조종사가 제주항공으로도 3명 이직한 바 있다"며 "에어부산의 근무환경과 기업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인 만큼 조종사 이직에 대해 남탓만 하지 말고 자사 인력관리의 제반여건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도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진에어가 자체 공채를 통해 채용했기 때문에 대한항공과는 무관하다"며 "선발된 인원이 총 6명인데 그중 4명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신규채용된 것이고 2명은 경력사항을 인정해 채용됐는데 2명 모두 에어부산 출신이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LCC에서는 지원 자체를 하지 않았고 에어부산 기장들만 지원을 해서 선발된 것인데 이를 두고 에어부산 기장을 빼돌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채용공고를 내면서 에어부산 출신은 지원 불가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자사의 기장을 타깃으로 채용했다는 에어부산의 주장에 대해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 대한항공 "진에어 스스로 사업 확장" 주장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의 경쟁 과열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이번 논란의 중심에 대한항공이 있다고 배후설을 제기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이 자회사 진에어를 계획에도 없던 부산-김포, 부산-제주 노선에 연이어 투입하며 에어부산과 경쟁을 시도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앞세워 에어부산의 성장을 견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에어부산의 노련한 기장을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빼가고 있다는 것.
에어부산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편법적으로 고참 부기장을 진에어로 소속변경하는 등 진에어의 인력수급에 관여하고 협력을 강화해 에어부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진에어의 입장은 달랐다.
진에어 관계자는 "운항 초기에는 기장교육과 기술전달을 위해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파견을 나와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2008년 7월부터 자체 채용을 시작했고 현재는 단 2명만이 남아 있다"고 맞받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진에어가 부산을 기점으로한 노선에 취항한 것은 대표적인 취항기점을 통해 자체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이지 에어부산과의 경쟁을 위한 대한항공의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 진에어·대한항공, 기장 의무복무 "절대적 강제사항 아니다"
에어부산은 자사의 기장이 진에어에 입사한 것에 대해 의무복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에어부산은 "항공사들은 조종사 수급의 안정을 위해 기본 훈련 후 4년간 의무복무기간을 두고 그 기간동안 상호 채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이를 무시하며 기업윤리질서를 교란했다"고 주장했다.
진에어와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군복무나 공산주의 사회도 아니고 의무복무를 이유로 계약기간내 회사를 떠날 수 없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날 때는 잔여기간에 상당하는 비용을 회사에 환원하면 문제 될 게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회사를 떠나는 데에는 회사가 싫어서이거나 개인적인 이유이거나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에어부산 기장들의 이직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에어부산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진에어 측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에어 관계자는 "에어부산에서 연봉 높여주겠다고 해도 우리(진에어)에게 온 것이고 진에어는 기장이 단 한명도 다른 LCC로 빠져나가지 않았다"며 "유독 에어부산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에어부산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에어부산이 기장 의무복무에 대한 참고자료로 제시한 중국의 사례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등 나라마다 사정에 따라 기준이 다른데 중국의 기준만 보고 기장의 의무복무 엄수를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라고 반박했다.
뉴스토마토 박창주 기자 est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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