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의 가장 큰 결함, 코레일의 `은폐와 축소`

열차고장 생길 때마다 모두 "현대로템 '네탓'"
코레일, 유지·보수인력·전문성·안전관리체계 모두 결여

입력 : 2011-07-19 오후 4:14:25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열차고장·사고는 이제 일상다반사나 다름없는 일이 됐다.
 
17일 부산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가 경북 김천시 황악터널 안에서 1시간여동안 멈춰섰다. 400여명의 승객들은 긴 터널 안에 고립돼 열차가 재운행될 때까지 찜통더위와 공포 속에서 곤욕을 치러야했다.
 
19일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KTX는 올해 들어 운행 중 30여 차례나 고장이 발생했고, 지난해 3월부터 운행을 개시한 KTX산천은 최근까지 40여 건의 사고나 장애가 일어났다.
 
◇ `네탓` 공방 언제까지..위험 내몰린 승객만 볼모 
 
하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는 사고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철도 관계자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의 선로전환기 76대가 지난해 11월 개통 이후 올해 6월까지 총 400여회 이상의 고장을 일으켰다"고 실토했다.
 
400여회 이상의 고장 가운데 아찔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탈선 위기'도 100여회 이상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코레일은 시종일관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묵묵부답이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코레일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코레일은 원인규명과 대책수립에는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백성곤 철도노조 팀장은 "코레일과 현대로템(제작사)이 사고원인에 대해서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사고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안전성을 검증받기 위해서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간의 모든 사건·사고 경위에 대해 불분명한 결론만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코레일은 열차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KTX 산천 리콜, 항공기 수준의 안전기준 도입, KTX 부품교체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책을 비웃듯이 연이어 고장사고가 발생하자 "공염불 대책이냐"는 비아냥만 들었다.
 
또 코레일의 일관된 주장과는 달리 제작사나 부품의 문제보다는 보다 '투명성 결여' 같은 보다 근본적인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백 팀장은 "현대로템이 사고관련 부품 정밀점검을 하겠다고 하는 시점이라서 원인은 아직도 불분명한데도 코레일은 '모든 결함이 제작사에 있다'고 여론몰이 중"이라며 "그 차량에만 문제가 있었지 다른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건데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엇박자`도 심각한 문제
 
철도시설과 관련한 안전관리 분야에서의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사이에서 자꾸 엇박자가 나는 것도 문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는 현대로템 한 곳인데 사업부문이나 경부선, 경의선 등 노선에 따라 유지·보수에 관여하는 업체들도 천차만별이고 본부별로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종종 업무분담에 혼선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코레일은 KTX-산천 열차를 점검한 결과 단순한 용접불량이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발표했지만 19일에는 다시 '지지대 과열'이라고 정정했다.
 
일반적으로 출력과 전압 등 이상 발생시 열발생에 대해 자동적으로 경보를 울리거나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KTX-산천 열차의 경우 객차 변압기가 소손될 때까지 자동차단 안전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로템 관계자는 "정밀진단을 해봐야 알겠지만 설계자체의 문제라거나 제작사만의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유지·보수와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사건의 발생경위와 명확한 진상규명이 어려운 것은 모니터링 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레일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기관실 상황이나 부품 이상작동 등에 대한 명증한 감시체계도 불분명해 모든 사고 경위를 기관사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
 
◇ KTX의 가장 큰 결함은 코레일의 `은폐와 축소`
 
철도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말 차량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유지·보수 미비나 기관사 실수 등에서 빚어진 문제인지 아직 불분명한데, '잠정결론'이란 표현에 기대서 책임회피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코레일의 행태는 대외적 정보공개가 부실한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곤 철도노조 팀장은 "문제를 들여다보면 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외주업체들에 대한 관리체계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외주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은 커녕 부처별간 소통조차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부에 정보공개를 안한다기보다 공개해야할 정보가 정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못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열차사고가 지속 발생하던 지난 3월부터 열차사고·고장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이고, 이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코레일은 계속 묵살해왔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열차의 사고와 고장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코레일의 거부에 대해 다시 이의제기를 신청했지만 코레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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