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비공개 방식으로 망중립성 포럼 3차 회의가 열렸다.
통신사들은 스마트TV 제조사들에게 비용을 부과해야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제조사 관계자들은 행여라도 통신사의 비용부과 논리에 휘말릴까봐 수세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통신사는 왜 스마트TV가 이용하는 유선네트워크보다 훨씬 비싼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아이패드 제조사 애플에는 적용하지 않는 통신이용요금을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부과하려고 하는 걸까?
◇ TV 제조사 "통신요금 부과는 재앙..글로벌시장 '봉' 될것"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유선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스마트TV의 통신요금을 제조사가 부담하면 안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어논리는 "스마트TV에 통신료를 부과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세계 TV 시장의 절반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절대강자다.
이에 따라 통신료를 기본 납부하게 될 경우 각국 통신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적용된 사례를 들어 요금을 받아챙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유선 요금이 부과된 스마트TV가 나올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 요금 자체가 제품 가격에 포함될 경우 가뜩이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해외 가전사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용량이 엄청난 아이패드에는 비용 부과를 안하면서 스마트TV에만 비용 부담을 시키겠다는 의도 자체를 모르겠다"며 "비용이 부과되는 순간 각국의 스마트TV 가격은 천차만별로 마케팅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통신사 "스마트TV 통신량 상당..이용자 부담 타당"
유선네트워크를 부담하는 통신사들도 할 말이 많다. 차세대TV인 스마트TV가 활성화될 경우 유선네트워크의 부담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통신 이용량이 많은 스마트TV의 경우 요금을 받아야 네트워크 증설 등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스마트TV의 경우 고화질 동영상과 관련 서비스는 엄청난 유선 트래픽 유발이 불가피하다"며 "제조사가 통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IPTV와 동일한 형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시간 방송과 맞춤형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TV의 유선 데이터 트래픽 이용량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 통신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통신료, 제조사 부담'이 원칙이라는 통신사의 속내는 좀 다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TV도 아이패드처럼 이용자가 비용을 내야하는 것이 맞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액제로 인식이 굳어진 유선 통신 비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순간 '유선 종량제'로 바뀌는 것이고 이 경우 비난 여론을 감당할 사업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통신요금 추가 부담이라는 여론 악화 때문에 아이패드처럼 이용자 통신 비용 부담이라는 원칙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 정부 "업계 자율 결정..산업진흥 포기안돼"
망중립성 포럼을 어렵사리 구성한 정부도 시간을 가지고 스마트TV 통신료 유료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TV 통신요금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문제"라며 "다만 세계 시장에서 격돌하는 텔레비전 시장에 대한 국내 제조사의 지배력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산업 진흥 차원에서 관련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스마트TV 통신요금으로 촉발된 망중립 문제를 관련 산업 진흥 문제와 연계해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망중립성 포럼을 매달 1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해 늦어도 올해 말까지 망중립성 문제에 대한 기초적인 가닥을 잡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