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미국 정치권의 부채협상 합의로 디폴트 우려에 대한 한숨을 돌리기 무섭게 '더블딥 공포'가 몰아닥치고 있다. 이번 합의안으로 인한 재정 지출 축소가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미국의 경제지표가 줄줄이 부진하게 발표되고 있고,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불안감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모두 2%이상 급락하면서, 이같은 위기감을 여실히 반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가 아니라 더블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 신용평가사 행보는?..경제지표도 주목해야
상원이 부채협상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마치자,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에 대해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겠단 뜻을 밝혔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장기적인 재정건전화를 위한 적자감축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현재는 최고 등급을 유지하더라도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것.
무디스는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향후 12~18개월 내에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신용등급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재정감축 규모가 S&P가 재정상황 안정을 위해 최소한 필요하다고 생각한 규모 4조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S&P의 등급하향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말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를 비롯해 경제지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을 이미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금요일 발표될 고용보고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 더블딥 막을 묘안이 없다..버냉키의 선택은?
미국이 경기 둔화를 해결할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시장의 고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채합의안에 서명한 후 "경기부양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추가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해 새로운 부양책이 시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차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두차례 실시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다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풀기는 무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양적완화 정책이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도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단기간에 생산과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 최악의 시나리오 등장..미국, 제2의 그리스 된다vs아니다
미국의 부채가 3년내에 그리스와 같은 사태에 다다라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전 감사원장이었던 데이빗 워커 컴백 아메리카 이니셔티브의 대표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근접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채부채가 GDP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국채와 관련, 워커 대표는 "현재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선진국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이자 부담이 극히 낮지만 지금처럼 부채가 계속 늘어난다면 국채수익률이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미국의 위기가 그리스와 같은 사태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브스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통화 발행능력’과 '군사력', ‘세계적인 인재들'을 그리스와 대비되는 점으로 꼽았다. 특히 "버냉키 연준 의장이 과거 두 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등 놀라운 재치로 미국의 경기침체를 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