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 박미정 기자] 경기 회복과 주식 매각익 등으로 4대 금융지주(KB, 우리, 신한, 하나)들이 상반기에 수조 원대 순익을 거뒀다. 반면 높은 순익에 비해 이자와 수수료 수입은 커지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 상반기 순익 전년比 대폭 증가
3일
신한지주(055550)를 끝으로 실적 발표를 끝낸 4대 지주의 실적은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4대 금융사만 합해도 순익이 5조6159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3조원에 비해 87.3%나 커졌다.
KB금융(105560)은 상반기 순익 1조574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익이 4배나 커졌다. 작년 건설사 부실 문제로 충당금을 워낙 많이 쌓아둔 탓에 '기저효과' 덕을 보기도 했다.
◇ 대부분 이자+수수료로 '돈놀이'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수익이 대부분 이자 마진과 수수료 수입에서 나왔다는 데 있다.
글로벌 은행의 이자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 중 50%도 안되는 데 한국은 80%가 넘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 예대마진은 작년 12월 2.85%포인트에서 올 5월에는 3.01%포인트로 0.16%포인트 커졌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대인 26조8619억원, 수수료 수익으로 5조1787억원 등 무려 32조원 이상을 벌기도 했다. 사실상 과점시장인 국내에서 은행들이 손쉽게 '돈놀이'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달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이 올라가는데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서민부담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다.
◇ "이자 내려야" 목소리 높아져
최근 논란이 됐던 통신비와 기름값 인하 요구 배경에는 이들 회사들의 '영업익'이 과하다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통신3사는 1조4304억원의 이익을 냈고 정유4사 역시 고유가에 힘입어 1조원 안팎의 영업익을 보였다.
그러나 금융권의 경우 은행 한 곳의 분기 순익만 약 1조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순익이 엄청난 만큼 은행들이 이자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은행 이자를 내리면 세금을 굳이 들이지 않고도 서민 생활이 개선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약탈적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자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작년 초에 '이자가 높다'는 당국의 지적을 받고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0.1~0.2%포인트 내린 적이 있었다.
순익 다수를 외국인 주주 들에게 배당하겠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KB, 신한 등은 올해 1조원대 주주 배당을 약속했다. 두 회사 모두 외국인 지분이 높아서 순익 중 일부가 고스란히 외국인 주머니로 돌아가게 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조업과 금융업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중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은 기본적으로 리스크(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생각해 충당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순익이 커져도 직원들에게 나오는 성과급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지주사의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한국의 은행들이 세계적 은행이 되려면 수수료 수입을 늘리라고 주문한다"며 "그러나 막상 수수료를 올리면 다른 이유로 손가락질을 한다"고 토로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시중은행은 순이자마진 개선, 양호한 여신 성장, 대손비용 감소 등의 요인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라며 "하지만 3분기부터는 순이자 마진이 하락, 대손 비용이 증가해 실적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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