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영업정지된 12개 저축은행 예금을 2억원까지 전액 보상한다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저축은행 문제로 표심을 잃은 여·야는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놨고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전무후무한 정책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과 더 나아가 금융시장 전체의 도덕적 해이와 부실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이르면 내달, 2억원 이하까지 전액 보상
국정조사특위 피해대책 소위원회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에 대해 2억원 이하까지 전액 보상해주고 2~3억 예금에 대해 90%, 3억원 이상은 80%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제 대상은 올해 영업정지된 9개 저축은행(부산, 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 보해, 도민, 삼화, 경은)과 2009년 영업정지된 전일, 으뜸, 전북 등 3개 저축은행 피해자들이며 기관투자가와 법인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피해자 구제 기금 2600~27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특위는 특별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들의 법인세 1200억~1300억원과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낸 이자소득세 1000억원 등을 국가가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더불어 세금 환급시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지적에 따라 예금보험기금에서 선지급받아 이르면 9월 중에 피해액 보상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 구제방안 환영.."금융감독 부실로 서민 피해"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방안이 금융감독 체계가 부실했고, 서민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서상 공감을 얻고 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 가운데 2억원이 안되는 피해자가 90%"라며 "2억원 이하 피해자는 서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 시스템이 불안정한 데다가 저축은행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발생된 사건인 만큼 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정서적으로는 이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책 발표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피해자들이 6~7개월 동안 투쟁해서 얻은 결과로 전체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이로운 결과를 나타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대부분이 2억원 이하 예금자들이지만 위원장 입장으로는 생계를 포기하고 비대위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예금 전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 "금융시장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길"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예금자 보호금액인 5000만원을 무시하고 국민세금으로 피해금액을 보상해줄 경우, 형평성과 포퓰리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2억원까지 보상해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생떼를 쓰면 뭐든 다 들어주냐"며 원칙이 무너지고 능력이 부재한 당국을 하나같이 비판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국민세금으로 피해금액을 보상해 줄 것이 아니라 금감원 예산에서 금융피해를 보상시켜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소비자 연맹은 "현재 수많은 서민금융거래자들이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저축은행의 불완전 판매 피해자들에 대한 법안 추진은 불합리한 입법"이라며 "피해보상도 국민의 세금으로만 문제해결을 할 것이 아니라 금융사와 금융당국의 책임을 물어 반드시 금감원의 예산에서 금융피해를 보상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구제방안이 금융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구제로 금융기관에서 사고를 쳐도 정부에서 다 책임 진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금융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까 걱정된다"며 "높은 금리를 바라는 고객들의 위험을 정부에서 책임져 준다면 금융기관도 고객을 끌기위해 위험한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금융시장의 총체적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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