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금융시장 불안으로 한국은행의 베이비스텝 즉, 점진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격월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정상화를 꾀하려던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더블딥 우려로 충격에 빠진 금융시장으로 인해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가를 보면 금리를 인상해야겠지만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올리기도 어려워지면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물가 생각하면 올려야 하는데..금융시장 '패닉'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된 배경에는 두달 연속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과 가계부채 등 내부 불안요인이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8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소비자물가지수가 7개월 연속 4%를 웃도는 등 물가상승 압력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8월 금통위를 이틀 앞두고 있는 9일 시장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은 거의 종적을 감췄다.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이번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더블딥 우려로 세계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 경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8월에는 올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달도 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연 4%로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3%대로 낮춰야 하는데 대외불안이 심각한 현재로선 금리 정상화를 꾀할 힘도 없고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채권 연구원도"지난달 발생한 세계경제 이벤트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대외변수의 불안요인이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을 생각할 때 8월 기준금리는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부채한도 증액과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 금리 상승 및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이라는 무리수를 두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영란은행(BOE)도 금리를 동결했고 이날 밤에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회의에서도 양적완화가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리동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 인플레 압력 고조.. 금리 정상화 '필요'
하지만 금리 동결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물가지수가 각각 4.7%, 3.8%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금리인상 강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달들어 전기요금이 49% 인상되는 등 본격적인 공공요금 인상이 시작되고 있어 서비스 지수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물가 상승압력 완화를 위해서라도 연내 한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연구위원은 "인상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겠지만 금리 동결을 지속하기엔 물가상승압력이 심각하다"며 "연 3.50%정도로 금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승 연구원도 "여러 변수들이 상반된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에 금리정책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겠지만 결국 8월 금리 동결을 통해 위험요인들의 방향을 관망한 뒤 9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