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증시에 쉬지 않고 쏟아지는 매물 폭탄에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생활자금이나 대출받은 돈을 주식이나 펀드에 쏟아부었던 개인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이라는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신용융자까지 사용했던 사람들은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 증권사 객장에서는 투자자나 직원들의 얼굴 모두 상당히 어두웠다. 한 영업부 "주로 적립식 펀드나 랩 상품 환매에 대해 문의가 많다"며 "다들 주식 얘기만 꺼내면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장인 이모씨(32)는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돈으로 주식을 샀는데, 갖고 있는 주식이 며칠새 반토막났다"며 "빼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아님 물타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씨(29)도 "올해 처음 펀드에 가입했는데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거래소 고객상담센터에도 문의건수가 빗발치고 있다. 평소 50통에 불과하던 전화상담건수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지난 8일에는 70~80통으로 늘었다.
김길현 거래소 고객상담센터 매니저는 "지수가 떨어지고 있는데 거래소가 뭘하고 있냐고 항의하거나 빨리 주식거래를 정지시키거나 해제시키라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닉 상태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투자자들도 있다. 전업투자자 이모씨(29)는 매일 마음을 다스리며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욕심을 버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니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8년에는 반토막난 상태에서 또다시 폭락이 나오고 이렇게 1년 동안 하락장이 지속되던 때였다"며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하락장 초반에 다시 원상 복귀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해도 2주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며 "지금은 단기간에 많이 빠져서 돈이 있으면 물타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주부 차모씨(31)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15% 수익이 나던 펀드가 마이너스가 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라며 "부모님 환갑여행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2년 정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융위기 당시에는 아이들 시집장가 보내려고 모아둔 돈을 다 날린 경우도 봤다"며 "그래도 기다리면 원래 상태로는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직원은 "생각보다 펀드투자자들의 전화가 별로 없었다"며 "한 번은 떨어져야 수익이 난다고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