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소프트웨어 비상, 여의도는 알고 있었다

입력 : 2011-08-22 오후 2:03:53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최근 안철수연구소(053800)이스트소프트(047560) 등 소프트웨어 관련주가 하락장에서도 큰 폭의 상승을 하며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등 작년과 올 초까지 증시를 이끌던 대형주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남고 있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발언을 비롯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의 일련의 사건이 이어지며 소프트웨어 기업이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연유된다.
 
◇ 문제는 소프트웨어야, 바보야!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디자인이나 터치의 움직임 등은 하드웨어와는 무관한 소프트웨어 의 힘이다. 실제 세계시장 출시 시기론 아이폰보다 2년 정도나 늦은 삼성전자의 '옴니아'가 아이폰의 대항마가 될수 없었던 것은 소프트웨어의 문제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역시 아직 애플과 소송단계이긴 하나 일반 소비자가 보기엔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하려던 흔적이 역력한 것도 사실이다.
 
아이폰이 국내 상륙해 한창 시장에서 팔리던 시기 삼성전자의 한 하청업체 임원은 "삼성 휴대전화의 터치 움직임이 어색한 것은 절대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다"라며 "삼성의 하드웨어는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하지만 애플을 절대 따라갈 수 없는 것은 소프트웨어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이건희 회장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발언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 여의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폰은 지난 2009년 12월경 국내시장에 첫 입성했다. 당시 여의도 IT담당 혹은 전자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발빠르게 아이폰을 구입해 이에 대한 다양한 증권사 분석보고서를 시중에 배포했다.
 
여러 증권사 리포트 중 작년 4월21일 유화증권에서 나왔던 '2010년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에 주목-국내 소프트웨어 실정 심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그 중 눈에 띈다. 리포트가 나온지 정확하게 1년 4개월이 지난 현시점과 그대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시 최성환 유화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에 이은 아이패드 등장으로 모바일 빅뱅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시장경쟁 심화로 국내 대형 이통사와 제조사는 단기적으로 흐림"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휴렛 패커드가 컴퓨터 제조부문을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는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최 연구원은 이어 "스마트폰은 휴대폰 경쟁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TV 등 가전제품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PC시대가 가고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보다는 애플과 구글의 운영체제에 적합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라고 본 것.
 
그는 "국내 IT업체들은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으로 소프트웨어 준비에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복귀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저평가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식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주목해야할 소프트웨어 콘텐츠 업체로 안철수연구소와 이스트소프트뿐만 아니라 선도소프트(065560), 아이앤씨(052860), 디오텍(108860), 디지탈아리아(115450), 옴니텔(057680) 등이 있다.
 
◇ 보수적인 주식시장..한발 늦었다
 
그만큼 여의도 분석시장은 빨랐지만 실제 돈이 움직이는 주식시장은 이건희 회장의 발언 만큼 늦었다.
 
당시 최 연구원은 적극적으로 본인의 분석보고서를 기관들과 법인영업팀 등에 '세일즈'하고 다녔다. 그러나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외면 당했다. 일리있는 의견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에서 남보다 앞선 분석보고서를 내놓고 펀드매니저나 기관 등에서 채택돼 실제 주식거래가 오가는 것은 극히 일부"이라며 "이는 주식시장이 의외로 보수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등 대형주의 주가가 날개단 듯 오르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등 중소형주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결과적인 얘기이긴 하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잠시 테마주로써의 열풍이 아니라 제2의 애플과 구글과 같은 업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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