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사임 결정이 국내 IT(정보기술)업계에 미칠 영향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스티브 잡스가 CEO직을 즉각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후임은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결정됐다.
스티브 잡스의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됐지만 이번 퇴진이 잡스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생겨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이라면, 사실상 애플의 경쟁력은 쿡 COO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선 스티브 잡스에 비해 내성적인 성향을 띤 것으로 알려진 쿡이 경영을 맡게 되면 신제품 개발을 비롯한 회사 경쟁력과
삼성전자(005930) 등 경쟁업체들과의 소송건 전반에 걸쳐 종전처럼 강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국내 IT업체들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시간으로 25일 현재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5% 이상 급락했다.
반면 이날 국내증시에서 삼성전자·
LG전자(066570)가 포함된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전일 대비 2.8% 이상 급등하며 애플 CEO의 퇴임을 호재로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애플 CEO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국내 IT업종에 심리적으로는 분명한 긍정적 요인이며, 실리적으로도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애플이 고수해온 폐쇄적인 플랫폼과 특허권 정책이 잡스의 경영전략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앞으로 애플을 보다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게 될 팀 쿡의 성향에 따라 이런 전략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스티브 잡스의 사임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한 상황인만큼 내부적으로 잡스의 공백은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그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내세워 글로벌 스마트기기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한 애플의 제품 경쟁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의 경우 현재 유럽에서 진행 중인 대 애플 소송건들이 보다 유리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전날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10건 중 1건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나머지 9건의 소송이 줄줄이 기각됨에 따라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싸움에서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