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주파수 SKT 품으로..KT 800㎒ 확보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800㎒·1.8㎓대역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를 속개한 결과 첫 번째 라운드(누적 83라운드)에서 KT가 1.8㎓대역에 입찰을 하지 않고 800㎒대역에 입찰함으로써 이번 경매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시작된 주파수 경매는 9일 동안 83라운드에 거쳐 진행됐고, 1.8㎓대역 주파수는 최저 입찰가 445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9950억원에 SK텔레콤 품으로 돌아갔다.
800㎒ 대역은 KT가 최저 입찰가인 2610억원에 낙찰 받았다. LG유플러스는 4455억원에 2.1㎓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 과열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 등을 이유로 1.8㎓ 대역에 대한 추가적인 입찰 참여를 중단하게 됐다고 입찰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KT는 "800㎒대역은 고효율 저비용 투자가 가능하며 이미 확보중인 900㎒대역과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 시스템으로 연계해 투자하면 약 50%이상 네트워크 투자비 절감이 가능해 LTE 시장에서 고품질의 통신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번 LTE 주파수를 확보함에 따라 사업자간 공정한 환경이 조성돼 고객에게 보다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기대한다"며 "확보된 주파수는 LTE 용도로 효과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승자도 패자도 없어"..정책적 과제 남겨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이번 주파수 경매는 정부의 심사를 통한 할당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시장의 경쟁논리에 맡겼다. 그러나 경매방식을 두고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고 '승자의 저주' 논란과 정책적 과제를 남겼다.
오남석 방송통신위원회 전파기획관은 "정부 심사를 통해 주파수 할당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투명성, 공정성에 어긋나고 적정가치 산정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경매제를 도입하게 됐고 그런 측면에서 첫 도입 자체가 의미있다"면서도 "경매 과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사후 전문가들과 연구해서 경매설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파수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만큼의 가격은 아니며, 경매대가가 요금전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런 선례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주파수를 획득함에 따라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시장점유율을 비롯해 마케팅 비용 등 기회비용 대비 그 이상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업자들의) 판단 때문"이라며 "경쟁사가 있기 때문에 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축 끝에 SK텔레콤이 주파수를 얻게 됐지만, 결국 이번 경매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매종료 이후 경매에서 승리한 SK텔레콤도 패배한 KT도 경매제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이번 경매는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업자의 투자여력 상실, 대규모 자본에 의한 주파수 독점 등 폐해에 따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는 만큼 앞으로 정치권과 정책 당국자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도 "이번 경매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인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업자들은 주파수 할당에 대한 위원회 의결 뒤 3개월 내에 낙찰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는 이용기간 동안 분할납부한다.
이번 주파수 할당대가는 지식경제부의 정보화촉진기금으로 55%, 방통위의 방송발전기금으로 45%가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