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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욱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석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 재래시장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지난 30일 금융위 임직원들은 영등포 시장에 나가 상인들을 만났다.
이는 최근 정부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도와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취지로 각 부처에 재래시장과 자매결연 협약을 맺으라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부응해 영등포 시장과 자매결연을 맺고 앞으로 부서비용을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지급해 의무적으로 이용토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움 주는 금융위도, 도움 받는 재래시장도 어째 찜찜한 분위기다.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도 양쪽 다 답변을 피하는 눈치다.
자매결연 협약에 따르면 앞으로 매월 셋째주 목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정해 금융위에서 차량을 지원하고 직원들이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금융위 직원 가운데 근처 영등포 시장을 찾는 직원들은 파악이 어려울 만큼 전무한 것이 현실. 금융위 관계자도 직원들이 이 시장을 얼마나 이용할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무심한 반응이었다.
또 각 부서 비용 가운데 절반 가량을 재래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해 재래시장을 의무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각 부서에서 상품권으로 사용될 금액은 190여만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품권 지급으로 의무사항을 둬 구매를 하게 할 방침이지만 배달 등의 문제로 직원들이 재래시장 찾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독려로 어쩔 수 없이 협약을 치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금액이나 실적 역시 '자율'에 맡기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명절 이후에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금융위는 다가오는 추석 때 500여만원을 구입하고, 이후에는 위문품이나 사랑 봉사단 지원 물품 구입으로 150여만원 정도를 재래시장에서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금융위의 움직임에 재래시장 측도 그리 탐탁찮은 반응이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의 '보여주기용 민심챙기기'에 재래시장이 이용당하는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협약식에 참여한 한 재래시장측 관계자는 "서울 영등포라는 위치 때문인지(금융위가 있는 여의도는 영등포 시장에서 가까운 거리임) 명절을 앞두고는 한번씩 시장을 찾지만 그 외에는 전혀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의 분위기도 냉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협약을 마치고 시장을 둘러보는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을 두고 상인들은 하나같이 "어디서 온 양반이냐, 또 이번엔 무슨 건 때문이냐"는 표정이었다.
정부가 서로 불편하고, 실질적인 지원이나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보여주기' 행정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뭘까? 요즘 정치권에 논쟁을 벌이는 '포퓰리즘'이란 것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