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미운오리 새끼 취급 받던 가치주 펀드들이 8월 급락장을 맞아 백조가 돼 비상하고 있다.
올 초 부터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압축형 펀드와 자문형 랩이 승승장구 하는 동안 '느리게 걷기'를 투자 원칙으로 삼는 가치주 펀드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8월 들어 2160.09에서 1846.89 로 한 달 새 313.2포인트 급락하면서 좋은 시절이 끝나자 상황은 곧바로 역전됐다.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중소형가치주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가치주펀드들의 수익률이 급락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1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가치주 투자펀드 110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11.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3.50%를 기록한 것에 비해 선방했다. 국내주식형펀드 한달 평균 수익률인 -14%에 비해서도 높았다.
개별펀드로 봐도 가치주펀드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KB밸류초이스[주식] A’는 1개월 -2.95%로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에 비해 약 5배 가량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KB밸류포커스자(주식)클래스A’가 -7.74%를 기록했고 ‘KB연금가치주자(주식)’는 -7.76%를 기록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 1(주식)(C)’는 -8.85%를, ‘한국밸류10년투자 1[주식](C)’는 -9.03%의 수익률로 선방했다.
순자산 50억원 이상인 가치주 대표클래스 펀드 42개 중 7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치를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가치주펀드들이 8월 급락장에서 수익률을 크게 만회하자 덩달아 가치주 투자 철학을 가진 운용사 성과도 좋아졌다.
한달 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9.16%의 성과를 나타내, 순자산 300억원 이상인 운용사 41개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골드만삭스운용으로 -9.54%, SEI에셋운용도 -11.37%로 운용사 성과 상위 10개사 중 5위를 기록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성과에 대해 한국밸류운용 관계자는 “내수 및 유틸리티 업종과 저평가 우량주 비중이 높아 8월 시장 평균 대비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며 “연초부터 투자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인식 아래 경기 둔화에도 꾸준히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구성한 덕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8월 하락장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치주들을 많이 편입한 펀드가 수혜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치주라든지 배당주처럼 하방경직성 있는 종목 비중이 높은 펀드와 운용사들이 잘했다”며 “9월에도 압축형펀드보다 성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긴 하지만 강한 상승장이 펼쳐진다거나 IT업황이 좋아지는 등 변수가 생기면 성과가 뒤바뀔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뉴스토마토 김소연 기자 nic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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