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지금껏 세계 스마트TV 시장 점유율 1, 2위 자리를 고수하며 명실상부 TV 제조부문 최강자임을 자부해 왔지만, 이젠 소프트웨어 강자인 애플과 구글의 빠른 추격에 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통적인 하드파워를 앞세운 삼성·LG에겐 스마트TV 시장 수성에 있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 콘텐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스마트TV 앱스토어 통합을 전제로 지난 4월 자체 앱스토어 '삼성앱스'를 이동통신사 앱스토어에서 독립시켰다.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TV 앱 생태계 또한 독자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1'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의 삼성 스마트TV용 콘텐츠 '유튜브 온 TV'와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등 7개 신규 앱들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삼성은 독자노선 구축 이래 소비자 성향에 맞춘 전세계 다양한 콘텐츠들을 차례로 긁어모으며, 스마트TV 앱을 900여개까지 늘린 상태다. 연말까지 목표로 한 1000개 앱 확보는 가뿐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반면 LG전자의 스마트TV 앱생태계 구축 전략은 '독자'보다는 '상생'노선에 가깝다.
LG는 스마트TV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필립스, 샤프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스마트TV 제조사들이 SDK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LG가 협력사들과 스마트TV 앱생태계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앱 하나가 3사 플랫폼에서 모두 실행될 수 있다는 의미로, 앱 개발자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만든 앱이 널리 사용되는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게 LG측에서 기대하는 바다.
LG전자 관계자는 6일 "연내 500여개 스마트TV 앱 보유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앱 수가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조적인 삼성과 LG의 스마트TV 콘텐츠 전략은 마치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 운영체제(OS) iOS를 택한 애플, 이에 개방형 OS 안드로이드로 대항하는 구글의 전략과 흡사하다.
세계시장 점유율(MS) 면에서 LG보다 우위인 삼성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독자적으로 인기 앱 콘텐츠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LG는 삼성에 비해 열세인 MS를 만회하기 위해 연합군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LG가 각자의 방식으로 스마트TV 앱 확보전에 열을 올리는 것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어떤 전략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삼성 우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세계 앱 개발자들이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삼성을 LG보다 더욱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앱 확보에 있어 제조사 플랫폼이 개발자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MS가 높은 삼성이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또 "개발자들이 앱을 내놨을 때 더욱 많이 팔릴 수 있는 구도가 형성돼 있는 지 여부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이 또한 삼성전자에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내 앱 개발자들은 LG전자가 해외 제조사들과 앱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에 갈채를 보내는 분위기다.
김진형 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은 "필립스·샤프와의 앱생태계 공유는 LG전자가 스마트TV 시장 수성에 얼마나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지를 가늠케 한다"며 "LG가 앱 개발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소프트웨어는 후발로 가선 절대로 쫓을 수 없다"며 "남 잘가는 것을 옆에서 배 아파만 할 게 아니라 다른 것을 찾는 노력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LG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