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신용융자 등,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할 것을 증권업계에 강력히 주문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는 간단히 말해 투자금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주식을 매매 하는 수단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신용융자. 증권사 별로 차이는 있지만 각 종목별로 별도 설정한 증거금률에 따라 가진 돈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살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이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에 대해 경고등을 켠 이유는 시장이 좋을때는 신용융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할수 있겠지만 시장 변동성이 큰 상태에서는 자칫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 신용융자...양날의 검
상승장에서 신용융자는 개인들이 요긴하게 쓰는 투자 방법이지만 하락장에서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 신용융자는 예를들어 계좌에 위탁증거금 1000만원이 있을 경우 증거금율이 40%인 A사의 주식을 가진 돈 보다 많은 2500만원 규모 까지 매수할 수 있게 해준다.
신용융자는 3개월간 유지 할 수 있으며 연장도 가능하지만 최대 150일 이후에는 주식을 매도해 금액을 갚아야 한다. 문제는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증거금율을 유지하기 위해 그만큼의 돈을 다시 넣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신용융자를 이용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 클 경우에 추가적으로 차입을 해 개인 채무가 더욱 불어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8월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아 카드론 이용이 증가 했던 사례도 있다.
만일 증거금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빌려준 돈을 강제로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해당종목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게 되어 순식간에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날 권혁세 금감원장이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할 것으로 증권사 사장들에게 강력히 주문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 금융당국 의지에도 업계는 ‘갸우뚱’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은 지난달 “시장의 변동성이 커서 개인들이 빚내서 투자할 상황이 아니다”고 경고한후 미래에셋증권이 제일 먼저 신용융자를 중단했다. 전일 대우증권도 신용융자에 대해 일부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업계에서 일부 신용융자 제한을 결정한 곳들도 있지만 우리투자증권은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검토는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권 원장의 발언과 관련 업계 대표들도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신용융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증권사 CEO는 "이미 내부적으로 신용융자를 줄이고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수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따라서 앞서 신용융자를 중단한 업체들처럼 전면적인 중지나 제한 조치까지는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 기준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4조7916억원 수준으로 지난달 1일 6조 3496억원 대비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