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위기진단)②'공포의 대왕' 불러온 유럽, 어쩌다 여기까지?

입력 : 2011-09-28 오후 3:28:11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유럽 재정위기에서 촉발되고 미국 더블딥 위기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재정위기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금융 패닉은 시장불안에 그치지 않고, 고물가와 가계부채, 재정과 경상수지 악화, 부동산시장 침체, 성장잠재력 약화 등으로 먹구름이 짙어가고 있는 국내 거시경제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글로벌 및 국내 경제·금융위기의 실체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보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② 
 
 
최근 글로벌 시장의 패닉상황과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요인은 유럽 국가들이 처한 극심한 재정위기였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경기가 잠시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리는 듯 했지만, 유럽발 재정위기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009년 말 이후 그리스를 시작으로 불거진 남유럽 재정위기의 악몽은 현재 유럽 전체와 미국, 아시아로 번져 '공포의 대왕'으로 글로벌 경제를 내리누르고 있다.
 
유럽내에서도 재정위기가 번지면서 유로체제의 태생적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된 만큼, 이번 위기는 유로화의 존립 기반에 대한 엄격한 테스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유럽발 재정위기는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을 불러오면서 사실상 대공황 이래 전세계 자본주의의 최대 위기 상황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진 그리스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자금지원과 함께, 한편에서는 그리스 위기의 유로존 확산, 남유럽의 유로존 탈퇴 등 위기 탈출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도 실질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위기를 해결해 줄 소방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는 비관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위기에 불을 붙인 유럽발 악몽은 어떻게,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 그리스發 재정위기→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까지 확산
 
"재정수지 적자, 국내총생산(GDP)의 12.7% - 정부부채, GDP의 113.4%"
 
지난 2009년 10월 총선 이후 집권한 그리스 사회당 정부가 공개한 그리스의 재정상태였다. 이에 그리스 정부의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12월에는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해 3월, 그리스 정부는 결국 국제사회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한 후 5월에 780억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발표했다. 이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EU)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19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하면서 그리스 정부는 일단 디폴트 위험을 넘겼다.
 
11월 이후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요청과 함께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남유럽으로 경제위기가 확산될 가능성 등이 거론되자 유로존 재정위기는 유럽 경제권의 최대 경제이슈로 떠올랐다.
 
올해 3월, 포르투갈은 소크라테스 총리가 마련한 재정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9%대로 급등하자, 4월에 결국 EU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5월 EU와 IMF는 포르투갈에 대해 향후 3년간 78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최종 합의했다.
 
7월 이후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재정지출 감축방안을 발표하는 등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심화됐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재정긴축을 위해 65억 유로의 지출을 축소하겠다고 밝혔고, 이탈리아는 2014년 재정 균형을 목표로 455억 유로의 재정긴축안을 수립했다.
 
이탈리아의 재정수지는 2010년 GDP 대비 4.6%(목표치 5%) 적자로 상대적으로는 양호하지만, 정부 부채 규모가 GDP 대비 1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럽국가, 국채수익률·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 폭등
 
올해 들어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심화되면서, 이들 국가들의 국채수익률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폭등하고 있다.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5년만기 국채수익률이 평균적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 15일을 기준으로 그리스 31.63%, 포르투갈 17.46%, 스페인 5.37%, 이탈리아 5.22%로 나타나 독일의 1.85%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그리스의 경우 5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매년 7월을 비교했을 때, 2007~2009년 평균 3~4% 수준을 형성한 이후 지난해엔 10.66%, 올해엔 19.98%로 급등했다.
 
8월 이후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이들 국가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6%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유럽국 국채수익률 변동-
<자료 = 블룸버그통신> 
 
CDS 프리미엄도 큰 폭으로 올랐다. 그리스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은 2008년 9월 이전에는 50bp에서 금융위기 이후 급상승해 2009년에는 300bp 수준에서 급등락을 거듭했다. 지난해부터 급등한 CDS 프리미엄은 그리스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지난 7월 15일 2435bp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7월 18일 기준으로 각 국가별 CDS 프리미엄은 포르투갈 1205bp, 스페인 380bp, 이탈리아 321bp로 독일의 64bp와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이후 8월 4일 기준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각각 429bp와 388bp까지 올랐다.
 
◇ 그리스, 신용등급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
 
유럽 재정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지속적으로 강등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 국채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한 데 이어, 2010년 4월에는 BB+로 세 단계나 하향조정했다. 올해들어 S&P는 그리스 국채의 신용등급을 4차례에 걸쳐 총 9단계나 강등하면서 정크본드 수준인 CC로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도 각각 Ca와 CCC로 역시 투기적 수준의 등급을 제시했다.
 
포르투갈에 대해 S&P는 BBB-, 무디스는 Ba2, 피치는 BBB-로 하향조정했다. 스페인에 대해서는 S&P가 AA, 무디스가 Aa2, 피치가 AA+로 등급을 평가했다. 
 
-유럽국 국채 신용등급 변동-
<자료 = 한국수출입은행>
  
◇ 유로존 위기 왜? 유로존 경제 통합, 처음부터 모순이었다
 
유로존 위기를 이끌어온 문제는 유럽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출발한다. 경제적 상황이 다른 17개 국가를 유로존으로 묶어 단일한 통화를 사용하고 공동통화정책을 운영한 것부터가 모순이었다는 것.
 
유럽의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에 의해 시행되고 있어, 개별 회원국이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발생한다.
 
EU 경제권의 핵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등이 주도적으로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주변국 경제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예컨대, 핵심국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유로존 금리를 인상한다면, 주변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개별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는 경우와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 통화정책을 자국 경제 수준에 맞게 조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환율 고평가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경상수지 적자가 상당기간 지속돼 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로존 역내 국가간 산업구조나 노동생산성, 대외경쟁력 등 차이로 유럽 재정위기가 유발될 가능성은 이미 내포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경우 방만한 재정운용도 문제였다. 그리스 정부는 2001년 유로존 가입당시부터 정부부채 등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고, 유로존 가입 후에도 선심성 경제적책을 남발했다. 아일랜드는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크게 늘었다.
 
은행부실도 복병이다. 유럽은행감독청이 지난 7월 역내 21개국 90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2010~2012년 핵심자기자본비율이 5%에 미달한 은행은 8곳으로 나타나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5~6%인 곳은 16곳으로 집계됐다.
 
조양현 한국 수출입은행 국별조사실 부실장은 " 유로존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 긴축에 앞서 대외경쟁력을 쌓기 위한 경제구조 개혁과, 경제여건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 정부의 디폴트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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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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