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월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7월 이후 넉달 연속 동결한 것이다.
하지만 그간의 금리 동결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기둔화에 대한 표현이 '우려'에서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 같은 금리동결..경기 인식 온도차 '뚜렷'
김중수 한은 총재는 13일 간담회에서 "9월까지는 금융시장 불안을 점검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실물경제로의 전이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9월까지는 금융시장 불안과 불확실성 자체가 초점이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국내 실물경제에 전이되고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4%를 웃도는 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10월 금통위가 전월과 달리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한은이 매월 내놓는 통화정책방향에서도 드러난다. 선진국 경기전망에 대해 9월 통화정책방향에서는 '회복세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지만 10월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로 단정했다.국내경제 전망 역시 부정적인 뉘앙스가 짙다.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에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됐다'고 정리했다.
고용부문에서도 이전과 같은 자신감은 보기 어렵다.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개선추세를 지속했다'에서 '개선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로 마무리한 것이다. 한 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금융불안과 선진국 경기둔화가 이미 국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물경기 둔화는 최근에 나오는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우선 성장동력인 수출이 꺾였다. 9월 수출은 19.6% 증가로 전월 25.9%에 비해 낮아졌다. 무역수지는 흑자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규모는 전월의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용지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9월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1년만에 20만명대로 떨어졌다. 8월 49만명에서 한달만에 반토막났다.
◇ 경기둔화 조짐 뚜렷..금리인상 명분 '상실'
전문가들은 대외불안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물가상승세도 정점을 지나고 있어 현재로선 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둔화되면 물가상승 압력도 어느정도 줄어든다"며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굳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이달은 물론 연내 추가 금리인상도 어렵다는 전망이다.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가 '금리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원론적인 발언에 불과하다"며" 대외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국제 정책공조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 정상화는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정상화가 미뤄지면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제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의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압력이 정점을 지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높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을 두고 향후 실기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