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금융위 '머리' 금감원 '손발'

저축銀 검찰 고발·소액결제 거부 허용 등 서로 정보 공유 안해
외화유동성, 김석동-권혁세 입장 차 보이기도

입력 : 2011-10-14 오후 2:08:14
[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바늘과 실’이라 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가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저축은행 문제의 경우 금감원이 10여 곳을 검찰에 고발할 당시 금융위원회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
 
금융위 중심으로 추진했다 없었던 일이 된 소액 결제 거부 허용은 금감원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금융감독을 집행하는 두 기관의 공조 부재는 부실 정책 양산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달 19일 밤 저축은행 부실 검사 과정에서 대주주 비리 등이 적발된 저축은행 10여 곳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사실은 다음 날인 20일 저녁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금융위 간부들은 물론 국감을 받느라 밤 11시까지 퇴근하지 않고 있던 해당 업무 담당자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당시 밤늦은 시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금융위)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며 “여러 사람에게 확인했지만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업무 담당자 역시 “그런 얘기 못 들었다. 파악해 봐야 겠다”고 당황해 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김석동 위원장이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소액결제의 (신용카드) 의무수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걸 본격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3일 후인 10일에는 금융위가 이 같은 사실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언론을 통해 이런 내용이 알려지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감원)는 그런 (금융위가 10일 소액결제 거부 허용 추진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행의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양 기관의 수장인 김석동 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 놓기도 했다.
 
권 원장은 지난 8월8일 “은행 외화유동성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개선됐다”며 “여러 면에서 점검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와 함께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주문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미리 점검하고 준비하자는 차원이지,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사흘 전인 8월5일 소집한 긴급간부회의에서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마라.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두 기관 간의 소통부재와 수장 간 엇박자로 ‘절름발이’ 정책이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소통을 안 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면 시장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 금융 산업 구조상 금융당국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와 정책은 어느 나라보다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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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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