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통계)③조사방식 따라 실업률 통계 '고무줄'

입력 : 2011-10-19 오후 4:43:00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식료품값부터 음식점의 한끼 밥값, 미용요금, 휘발유값, 집값과 전셋값, 공공요금 등 대부분의 일상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공식적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대다. 청년백수가 주변에 넘쳐나는대도 정부의 청년실업률은 매달 7~8%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세계적으로 괜찮은 실업률'이라는 평가까지 내놓는다. 정부 통계는 거짓말인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숫자장난에 불과한가? 통계의 허상을 찾아보고 개선점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실업률 3%에 구직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업자가 태반인데 공식실업률은 너무 낮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실업자로 판단하는 18시간 미만/36시간 미만 추가취업희망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쉬었음 인구 등을 실업률 관련 보조지표로 발표하지만 공식 실업률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직단념자나 취업준비자의 기준이 애매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공식실업률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업률 산정의 표본집단은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있어 정부의 수치는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 실업률 줄었지만 비경제활동인구도 증가
 
실업률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로 산출한다.
 
통계청 조사는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사람, 파트타임 취업자, 취직이 안 돼 학원을 다니며 기회를 엿보는 사람 등 사실상 실업자 수백만명을 실업자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실업률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1년 월별 실업률을 살펴보면, ▲ 3월 4.3% ▲ 4월 3.7% ▲ 5월 3.2% ▲ 6월 3.3% ▲ 7월 3.3% ▲ 8월 3.0% ▲ 9월 3.0%로 실업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 증감률을 살펴보면, 전년동기대비 ▲ 3월 -0.5% ▲ 4월 0.5% ▲ 5월 0.6% ▲ 6월 0.2% ▲ 7월 1.5% ▲ 8월 0.3% ▲ 9월 1.9%로 4월 이후 여전히 증가 중이다.
 
사실상 실업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조사대상 주간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만15세 이상인 자로 주로 가정주부, 학생, 연로자, 심신장애자, 자선사업이나 종교단체에 관여하는 자 등이 해당된다.
 
 ◇ 실업자수 못지 않은 취업준비자 반영안돼
 
구직활동의 판단기준에 따라 실업자수는 과대 혹은 과소 포장될 소지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고용 및 창업을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한 것'을 구직활동으로 보고 신문의 구인광고를 단지 보기만 했다면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구직활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즉, ILO의 구직활동 판단기준은 구직활동의 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주의 응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구직활동 판단기준은 ILO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입사 시험이나 고시가 청년층 취업의 1순위 경로임에도 통계상으로는 지난주에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을 통학했거나 취업준비를 했다고 응답한 취업준비자는 대부분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 인구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ILO 기준에 따라 실업자의 분류는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며,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18시간 미만/36시간 미만 추가취업희망자는 현재 일을 하고 있어 기준에 미달되고 쉬었음 인구는 조사기간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며, 취업준비자의 경우, 대외적으로 취업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실업자수는 75만8000명으로 조사됐는데, 취업준비자는 57만5000명으로 실업자수에 육박하는 수치다.
 
일본의 경우, 과거 구직활동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도 구직활동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것 역시 고용주의 구직 요청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구직활동의 연장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현행 설문조사 방식, 고용 현실 제대로 반영 못해
 
우리나라 실업률이 현실보다 낮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황수경 KDI 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 논문에서 '설문의 잘못된 설계'를 원인으로 추론했다.
 
ILO의 표준설문은 '기준기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였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취업, 실업, 비경제활동상태를 순차적으로 파악하면서 각각의 상태 간 경계 영역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확정해 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고 황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경제활동상태를 판별하기 위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첫 번째 질문이 '지난 1주간 주로 무엇을 하였습니까?'로 황 연구원은 "이 질문이 개인의 경제활동상태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변별력을 갖는 질문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첫 질문에 '일했다'로 대답하면 취업자로 분류되고 '일하지 않았다'로 대답하면 실업자로 분류한다.
 
실업자로 분류되면 지난 4주간 구직활동 여부를 묻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하면 정부의 실업자 통계에서 빠지게 된다.
 
수시채용이 적은 우리나라의 채용시장 특성상, 1년에 1~2번 있는 공채시험에 매달리는 많은 구직자들이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이 없다는 사유로 실업자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박민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조사과정과 산출과정 등 모든 과정이 검증된 상태에서 산출되는 정부의 승인통계는 국가마다 다른 상황으로 미세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국제 기준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느끼는 수치와 승인통계의 차이가 크다면 체감실업률에 대한 필요성은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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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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