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GM의 미국용병 쉐보레 '말리부'가 국내 중형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신차 말리부는 새로운 8세대 모델로, 이미 북미시장에서는 7세대에 걸쳐 진화를 거쳤다. 부와 명예를 가진 유명 인사들의 고급 주거지역으로 잘 알려진 미 서부 캘리포니아의 지역 명에서 유래한 말리부는 1964년 데뷔 이래 850만대 이상 판매됐다.
한국지엠이 하반기 중형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한 야심작, 말리부를 경험하기 위해 기자는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시승회에 참석했다.
마이크 아카몬 한국지엠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말리부는 효율적인 엔진, 단단한 차체 구조, 정교하게 튜닝된 서스펜션을 두루 겸비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중형차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을 제공할 것을 확신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창원 중앙역에서 부산 경남경마공원까지의 1차코스와 경마경원에서 부산 해운대로 이어지는 2차코스 등 총 75.3km의 시승코스가 마련됐다.
◇ 뛰어난 정숙성과 안전성..아쉬운 가속성
우선 창원 중앙역에서 부산 경남경마공원까지 42.3Km의 1차 코스에 들어섰다.
초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차량은 시속 80㎞까지 상당히 시원스럽게 치고 올라갔다. 승차감도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특히 출렁임이 크지 않아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더 했다.
저속에서 고속으로 변속할 때도 정숙성을 유지해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지속시켰다. 회사측은 정숙성을 강화하기 위해 실내로 유입되는 타이어, 노면소음을 차단하는 흡음재와 차음재, 소음 저감형 사이드 미러 디자인, 차음 유리창, 흡음 패드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속 80Km로 이상을 달리면서 좌회전, 우회전을 할 때도 핸들링은 안정적이었고, 혹시나 했던 쏠림현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부산 해운대로 이어지는 2차코스에서는 가속성이 아쉬었다. 추월을 위해 급가속을 하면 허전한 느낌이 발끝으로 전해진 것.
말리부는 고속 주행시 깊게 가속페달을 밝아도 그다지 강한 느낌이 없었다. 중저속에서의 반응은 만족스럽지만 급가속할 때나 고속주행까지 운전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실제로 신차 말리부는 동급에 비해 다소 엔진성능이 떨어진다. 파워나 토크 모두 경쟁 차종에 비해 낮다. 기자가 시승한 말리부 2.0의 최고 출력은 141마력으로, 쏘나타·K5의 165마력에 뒤지고, 최대 토크 역시 18.8㎏·m로 쏘나타·K5의 20.2㎏·m보다 처진다.
물론 안전성에서는 말리부가 최고다. 말리부는 부족한 엔진 대신 차체의 65%를 고장력 강판으로 설계하면서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자랑한다. 에어백 같은 안전보조 장치를 달지 않고도 충돌 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또 동급 최초로 차선 이탈시 경고음을 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능동 안전 시스템인 차선이탈 경고장치를 적용했다.
◇ 스포티한 디자인과 첨단장비 장착
말리부는 외모도 깔끔하다. 과장되지 않은 외모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섬세한 선으로 연결된 탄탄한 차체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실내 역시 마찬가지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게 말리부의 스타일이자 자신감이다.
쉐보레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카마로(Camaro)와 콜벳(Corvette)에서 얻은 영감을 패밀리 세단에 반영, 혁신적이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전폭은 동급 최대로 안정적이고 볼륨 넘치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평행한 직선이 반복되며 속도감을 주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스포티한 루프 라인과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와 조화를 이루며 역동성을 표현했다.
인체공학적 설계의 듀얼 콕핏(Dual Cockpit) 레이아웃은 항공기 조종석처럼 운전석과 동반석이 각각의 공간으로 분리되면서도 일체감이 느껴지도록 디자인됐다. 시트의 어깨와 엉덩이 부분에는 넉넉한 여유공간도 확보했다.
수납 공간도 다양하게 갖췄다. 위 아래로 여닫는 7인치 넥스트 젠(Next Gen)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뒤로 숨겨진 6인치 깊이의 '시크릿 큐브' 저장 공간은 말리부의 장점이다.
이 외에도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오션블루 무드 조명, 운전석과 동반석 12방향 파워시트, 6대4 분할 폴딩 시트 기본 적용 등은 동급 최초다. 545리터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은 동급 최대다.
버튼 시동 스마트키, 버킷 타입 시트, 인피니티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후방 주차 보조센서 및 후방 카메라, 하이패스 자동요금 징수 시스템, 개별 타이어 공기압 경보시스템 등도 장착했다.
◇ 가격 2185만~3172만원
말리부는 2.0과 2.4ℓ 에코텍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바탕으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2.0 모델은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18.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2.4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는 23.0kg·m이다. 공인연비는 각각 ℓ당 12.4km, 11.8km다.
시승 도중 기록한 연비 평균은 9.3km/ℓ로 몇 차례 급가속을 하며 테스트한 결과로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오차율도 공인연비(12.4km/ℓ)의 75% 수준이다.
가격(자동변속기 장착)은 2.0 가솔린 모델의 경우 LS 2185만원, LT 2516만원, LTZ 2821만원에 판매된다. 2.4 가솔린 LTZ는 3172만원이다.
옵션에 따라 비교기준이 다르지만 쏘나타(2190만~2800만원)와 K5(2150만~2730만원)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고급모델은 경쟁모델보다 편의장비가 넉넉한 만큼 가격대가 조금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