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과 바이오株 명암 사이..떠나는 애널리스트 속출

입력 : 2011-10-25 오후 3:19:17
[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제약업종과 바이오업종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제약이냐 바이오냐를 놓고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고민에 빠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섹터를 바꾸거나 연구원 생활을 접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약업종 담당 애널리스트 중 상당수가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거나 담당 섹터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원래 제약과 바이오는 한 몸이다”며 “제약업황이 안 좋은데 반해 규모가 작아 커버 대상이 되지 않던 바이오만 주가가 급등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바이오를 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는 지난해 말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 암흑기를 맞았다.
 
지난해 리베이트 약가 인하 연동제를 시행한데 이어 내년 건강보험 적용 의약품에 대한 일괄 약가 인하를 앞두고 제약업종의 주가는 약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책 시행으로 의약품 가격이 평균 17%씩 하락하면 제약업체들의 매출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장도 등을 돌린 것.
 
제약업체 선봉장인 동아제약(000640)은 올해 첫 거래일 종가 12만8500원에 비해 이날 9만3200원에 장을 마쳐 약 27%가 하락했다.
 
그러나 바이오업종은 올 들어 삼성전자(005930)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탄생, 정부 정책 지원 등 대형 호재가 잇따르면서 주가가 급등, 코스닥업종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
 
대표 줄기세포 업체인 메디포스트(078160)는 지난 1월3일 종가 4만3040원에서 이날 16만3000원을 기록, 178% 급등했다. 지난 18일에는 24만17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10개월여 만에 약 360% 폭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업종 희비가 교차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실체가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바이오 업종을 커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 제약담당 애널리스트가 그만둬 그 자리에 타 증권사의 제약담당 애널리스트가 이직했다.
 
교보증권은 제약담당 애널리스트가 그만둔 이후 담당자가 비어 있는 상태. 기존 애널리스트는 담당 업종을 변경했다. 토러스와 흥국증권도 담당 애널리스트가 나간 이후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제약담당 애널리스트가 그만둬 다른 업종 애널리스트가 제약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그는 “기존에 제약 담당하던 사람이 그만둬 제약을 맡게 됐다”며 “아직 리포트를 낸 적이 없고 차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제약과 바이오의 엇갈린 명암 사이 거취를 고민하게 된 데는 소속 증권사의 압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구원은 “바이오업종에 거품이 있지만 주가가 너무 잘 가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바이오를 보라고 한다”며 “나 역시 밸류에이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해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거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제약담당 연구원도 “제품이 출시돼서 이익 기여도가 확인돼야 커버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적정주가나 투자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며 “바이오 업종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나니까 우리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수요에 맞춰 바이오업종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오와 제약업종이 너무 양극화돼 있다”며 “그렇다 보니 요즘 같은 업계 연구원들이 담당 업종을 변경하거나 아예 다른 업계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업계의 변화에 대해 또 다른 제약담당 연구원은 “국내 제약과 바이오업종은 해외에 비해 성장 초기”라며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 단계에서 겪는 진통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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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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